금융당국 진화 총력, 대부분 저축銀 고객 큰 동요없어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더니 내 돈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저축은행 예금자들)

"지나친 불안감으로 예금을 인출하면 스스로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건전한 저축은행의 경영과 지역 기업에도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김석동 금융위원장)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 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저축은행들은 예금을 돌려달라는 고객들의 항의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또 영업정지 대상은 아니지만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저축은행에도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줄을 지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추가 영업정지는 더는 없다"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선 가운데 대부분 저축은행에서는 평소와 비슷하게 예금이 들어오거나 나가고 있어 이번 사태가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괜찮다더니…" 추가 영업정지에 분통 = 21일 오전 부산 북구 덕천초등학교. 이곳에서는 지난 19일 금융위원회의 추가 영업정지 조치가 취해진 부산2저축은행 예금자들에 대한 예금보험공사의 설명회가 열렸다.

1천명 이상의 예금자가 몰렸으며 영업정지에 대한 항의가 빗발쳤다.

한 30대 여성 예금자는 "9천만원짜리 적금으로 이번에 새집을 마련하고 계약서를 쓴 상태"라며 "5천만원까지만 보호되면 나머지 4천만원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반쪽짜리 집을 사라는 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주말에 영업정지된 전주저축은행에도 아침 일찍부터 수백명의 예금자가 찾아와 부실 경영을 성토하며 예금 인출을 요구했다.

강임천(79) 씨는 "여기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자 몇 푼이라도 더 받아보겠다는 노인과 서민"이라며 "이런 사람들 눈에 피눈물나게 하면 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고객은 "지난주에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고서 예금을 찾으러 왔더니 `그 은행과 상관없다.

걱정하지 말라'며 돌려보냈다"면서 "이렇게 고객을 속여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 지역의 경우 2009년 12월 말 전일저축은행에 이어 전주저축은행도 영업정지를 당하자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BIS 비율 5% 미만이라고 밝힌 부산의 우리저축은행과 강원도의 도민저축은행, 경기도의 새누리저축은행에는 예금자 수백명이 돈을 찾으려고 영업 개시 전부터 영업점 밖까지 줄을 늘어섰다.

이들 저축은행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수십억원씩의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인출 자제해달라"..당국.지자체 설득전 = 잇단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금융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가 정상 영업을 하는 저축은행으로까지 번지면 해당 저축은행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부산지역 저축은행 및 기업.서민금융 지원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과도한 예금 인출만 없다면 상반기 중 부실을 이유로 저축은행을 추가로 영업정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는 저축은행들에는 직원들을 직접 파견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예금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자들에 대한 지원책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저축은행의 예금자들에 대해 예보의 가지급금(1인당 1천500만원 한도) 이외에 예금액의 90%까지를 시중은행들을 통해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내달 2일까지 부산은행과 농협에서 1천만원 한도로 학자금이나 생활비 등을 긴급 대출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대전시 역시 대전상호저축은행의 예금자에게 시중은행에서 1천만원 한도의 긴급 자금을 최저 금리로 빌려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는 일부 저축은행의 `뱅크런'이 다른 저축은행으로 확산하지 않고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저축은행에서는 예금자들의 문의가 있지만, 예금 인출 사태는 아직 없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대전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대전.충남 지역의 경우 다른 저축은행들은 평소와 크게 다름없는 모습이다.

저축은행들이 예금자를 붙잡기 위해 최근 정기예금 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는 가운데 우량 저축은행에서는 예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A저축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전주와 A저축은행 등에 5천만원 이하로 분산 예치해놨다"며 "전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돼 속이 상하지만 A저축은행은 안전하다는 설명을 믿고 돈을 추가로 맡겼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에서 예금이 평소보다 많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대부분 저축은행은 별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예금자들의 불안감은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종량 백도인 신정훈 김선호 오수희 윤석이 박주영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