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이머징(신흥) 아시아 대비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고 있다. 선진국과 이머징 간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과 함께 이머징 증시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UBS는 21일 '아시아 주식전략 보고서'에서 한국과 대만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고,태국은 '비중 확대'로 높였다.

니알 맥로드 UBS 아시아 전략가는 "한국 · 대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절대 수준에선 아직 비싸다고 보기 어렵지만 다른 아시아(일본 제외) 증시에 비해선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투자의견을 낮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5개월간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면서 경기에 민감한 한국 · 대만이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에 다다르고 있어 당분간 오름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니알 전략가는 "미국 제조업지수가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선진국으로 욺겨가고 있고,달러 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단기적으론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업체들이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안 원화는 오히려 강세(환율하락)를 보여 수출업체들의 마진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어 당분간은 물가상승 압력이 덜한 태국 싱가포르의 상대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앞서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말 이머징 포트폴리오 내 한국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시장평균'으로 조정했다. 그동안 주가가 크게 오른 데다 금리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이익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영우 UBS서울지점 대표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의 상대 매력도가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수익률 키맞추기가 이뤄지면 의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