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정반대 해석 주목] ILO "소수노조 교섭권 안줘도 돼"…노동계'春鬪'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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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노조 난립 막고, 결사의 자유도 침해 안해
국내 학계도 "위헌 소지 없어"
양대노총 투쟁 명분 약화
국내 학계도 "위헌 소지 없어"
양대노총 투쟁 명분 약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대결할 때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강조해 왔다. ILO의 의견은 양대 노총의 성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ILO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 산학합동조사단에 "(한국 정부가 마련한)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는 좋은 제도"라고 인정함에 따라 한국노동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특히 교섭창구단일화를 소수노조 제약이라며 총력투쟁을 다짐한 한국노총에 춘투(春鬪)의 동력 상실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용득 신임 한국노총위원장은 3년 만에 위원장 자리에 복귀한 뒤 줄곧 노사정 합의로 마련된 복수노조 흔들기에 나섰다. 이 중에서도 창구단일화는 투쟁의 한가운데 뒀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 단결권은 보장하지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악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설립되는 노조에는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ILO에서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근로자 개인의 단결권만 보장된다면 노조의 권리인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어느 정도 침해해도 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즉 대표성이 없는 소수노조에까지 교섭권을 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렌 커티스 ILO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은 "복수노조가 설립돼 근로자의 단결권에 대한 선택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섭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국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 나라의 문화와 실정에 맞는 체계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잔 헤이터 ILO 선임전문위원도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생산성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진다는 ILO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노조들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는 게 정책 실현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노조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자기들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ILO 내 결사의 자유위원회(CFA)에서도 비슷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CF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사용자가 사업장 내의 주요 노조들 또는 가장 대표적인 노조를 인정하는 것은 고용 조건에 대한 단체협상 절차를 위한 기본 토대다. 협력적인 단체협상을 촉진하고 노사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선 가장 대표적인 노조 선정을 위한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국내 노동법학자들도 교섭창구단일화에 위헌소지가 별로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반수 노조에 교섭대표권을 주는 배타적 교섭권제는 위헌소지가 있지만 노조자율과 투표 과정을 통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은 합헌에 가깝다"고 말했다. 교섭단일화는 소수 노조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명식 조선대 교수도 "단결권은 제한될 수 없는 권리로 헌법 상 기본권 중 하나"라면서도 "노조 설립으로 사회적 비용 등 부정적 요인이 있다면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 요건에 대해서도 ILO에서는 유연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커티스 부국장은 "소수노조의 난립을 막기 위해선 각 나라 상황에 따라 따로 정해야 한다"며 "노조의 설립 요건은 20명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적정한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쿠웨이트 페루 등의 나라는 노조 설립 요건을 50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8년 노동법을 개정해 전체 근로자의 10% 이상 지지를 받는 노조만이 사용자와 단협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 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1919년 창설된 유엔 산하의 노동 전문기관.노동입법과 적정한 노동시간,임금,노동자의 복지에 대해 권고하거나 지도한다. 각국의 정부,사용자,노동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183개 회원국이 있으며 한국은 1991년 152번째로 가입했다.
하지만 ILO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 산학합동조사단에 "(한국 정부가 마련한)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는 좋은 제도"라고 인정함에 따라 한국노동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특히 교섭창구단일화를 소수노조 제약이라며 총력투쟁을 다짐한 한국노총에 춘투(春鬪)의 동력 상실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용득 신임 한국노총위원장은 3년 만에 위원장 자리에 복귀한 뒤 줄곧 노사정 합의로 마련된 복수노조 흔들기에 나섰다. 이 중에서도 창구단일화는 투쟁의 한가운데 뒀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 단결권은 보장하지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악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설립되는 노조에는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ILO에서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근로자 개인의 단결권만 보장된다면 노조의 권리인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어느 정도 침해해도 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즉 대표성이 없는 소수노조에까지 교섭권을 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렌 커티스 ILO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은 "복수노조가 설립돼 근로자의 단결권에 대한 선택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섭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국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 나라의 문화와 실정에 맞는 체계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잔 헤이터 ILO 선임전문위원도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생산성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진다는 ILO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노조들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는 게 정책 실현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노조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자기들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ILO 내 결사의 자유위원회(CFA)에서도 비슷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CF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사용자가 사업장 내의 주요 노조들 또는 가장 대표적인 노조를 인정하는 것은 고용 조건에 대한 단체협상 절차를 위한 기본 토대다. 협력적인 단체협상을 촉진하고 노사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선 가장 대표적인 노조 선정을 위한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국내 노동법학자들도 교섭창구단일화에 위헌소지가 별로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반수 노조에 교섭대표권을 주는 배타적 교섭권제는 위헌소지가 있지만 노조자율과 투표 과정을 통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은 합헌에 가깝다"고 말했다. 교섭단일화는 소수 노조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명식 조선대 교수도 "단결권은 제한될 수 없는 권리로 헌법 상 기본권 중 하나"라면서도 "노조 설립으로 사회적 비용 등 부정적 요인이 있다면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 요건에 대해서도 ILO에서는 유연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커티스 부국장은 "소수노조의 난립을 막기 위해선 각 나라 상황에 따라 따로 정해야 한다"며 "노조의 설립 요건은 20명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적정한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쿠웨이트 페루 등의 나라는 노조 설립 요건을 50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8년 노동법을 개정해 전체 근로자의 10% 이상 지지를 받는 노조만이 사용자와 단협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 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1919년 창설된 유엔 산하의 노동 전문기관.노동입법과 적정한 노동시간,임금,노동자의 복지에 대해 권고하거나 지도한다. 각국의 정부,사용자,노동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183개 회원국이 있으며 한국은 1991년 152번째로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