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장병을 방치하면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최대 8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단백뇨 양이 늘어나면 심장과 각종 혈관이 막히고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장기능을 적절히 유지함으로써 단백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장윤식 가톨릭대 의대 내과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단체인 KDIGO(Kidney Disease:Improving Global Outcomes)가 한국인 4만명을 포함해 전 세계 120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21개를 종합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22일 밝혔다. 학회는 내달 10일 '세계 콩팥의 날'을 맞아 '건강한 콩팥, 심장을 구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대국민 캠페인에 나설 예정이다.

KIDGO에 따르면 단백뇨와 무관하게 신장기능을 반영하는 추정 사구체여과율이 떨어지면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처음에 신장기능이 정상이더라도 단백뇨가 점차 증가하면 심혈관계질환 사망률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백뇨와 신장기능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 심혈관계질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8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구체여과율은 신장의 배설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로 1분당 신장에서 여과되는 혈액의 양(㎖)을 나타낸다. 정상 콩팥은 분당 120㎖의 혈액을 정수하지만 점차 감소해 분당 15㎖로 떨어지면 투석이나 이식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확하게 사구체여과율을 측정하려면 다당류인 이눌린을 투입해 배출 속도를 재야 하지만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를 측정한 뒤 계산공식에 대입해 산출한 크레아티닌청소율로 사구체여과율을 가늠해 진단한다.

소변의 미세단백뇨(미세알부민뇨) 발생 위험도는 일반인이 7.3%인 데 비해 고혈압 환자는 13.5%, 당뇨병 환자는 20.3%로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뇨(알부민뇨) 발생 위험도도 일반인은 1.1%인데 고혈압 환자는 4.5%, 당뇨병 환자는 6.4%로 4~5배 높았다.

통상 하루에 1g 이상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면 단백뇨로 규정한다. 고혈압이나 심한 운동을 한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단백뇨가 나타날 수 있다. 정상인도 하루에 150㎎ 이하의 단백질 혹은 30㎎ 이하의 알부민이 검출될 수 있다. 알부민은 혈장단백질의 40%가량을 차지하는데 당뇨병 또는 고혈압이 초기이거나 신장합병증을 유발하기 시작하면 하루 동안 소변에서 모은 알부민의 양이 30~299㎎에 달하는 '미세 알부민뇨'가 된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단백뇨가 나타나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는 대표적인 심장혈관질환인 관상동맥질환과 심장(좌심실)비대,뇌졸중에 걸릴 위험과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증가한다"며 "단백뇨에 의해 전신에 분포된 혈관내피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막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인 만성신장병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고혈압 환자의 13.5%는 이미 내피세포기능 장애와 신장 손상의 증표로 할 수 있는 미세알부민뇨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뇨병 환자의 20.3%가 미세알부민뇨를 보였다.

따라서 당뇨병 및 고혈압 환자에게 소변검사는 신장합병증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박태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소변검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 심장초음파검사와 혈관초음파검사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유럽고혈압학회에서는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의 기본 및 선택검사로 예상 사구체여과율(혈중 크레아티닌) 검사와 정량적 요단백뇨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장내과 외에 다른 진료과 전문의나 개원의들은 이에 대한 관심이 적어 초기에 신장합병증을 잡아내는데 소홀한 면이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