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산업이 재도약하고 있다. 수출 효자산업으로서 1970~8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신발산업은 1990년대 이후 제조 거점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신발 생산은 증가세로 돌아서 2005년 이후 연 평균 6.6% 성장했다.

신발산업의 성장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소비자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기능화 시장이 성장했다. 기능화는 특수한 용도에 맞춘 신발로 신체교정용 신발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여가문화 확산과 웰빙 풍조를 타고 워킹화 다이어트화 등 보다 다양한 제품이 등장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신발업계가 부품 및 소재 중심의 수출구조로 전환한 것도 주목된다. 국내 부품 · 소재 업체와 신발 제조업체가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업을 하고,완성된 제품은 해외 공장에 납품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신발업체의 해외 공장 생산이 늘면 국내 부품 · 소재업체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을 이룬 것이다.

중흥기를 맞은 신발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량 소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세계 신발시장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5대 메이저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선도 브랜드의 영향력이 크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선두업체에 맞설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인수 · 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도 각각 움브로와 리복을 인수하는 등 외연을 넓히는 추세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종합적인 제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신발산업은 10~20년을 주기로 생산거점이 이동했다. 1980년대에는 한국이 세계 유명 브랜드의 외주 생산을 도맡아 했으나,1990년대부터는 대만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동남아시아로 제조 거점이 분산됐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건비가 상승,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지금은 한국 기업이 제조 기술을 향상시켜 외주 생산 경쟁력을 높일 기회다.

이와 함께 품질 및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품 · 소재 분야와 혁신형 제품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친환경 소재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제품은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나이키가 신발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운동 기록을 관리하는 등 신발을 만드는 회사에서 '달리기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점을 국내 업계도 주목해야 한다.

신발산업의 재도약은 침체에 빠진 다른 산업에도 교훈을 준다. 트렌드 변화를 파악해 잠재된 수요를 찾아내고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쇠퇴한 산업도 재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임산부 전용 워킹화 등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고 경혈 자극 신발처럼 IT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신발산업의 사례는 다른 산업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신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김원소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onso.kim@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