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다.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에서 최소 233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중동 시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원유수급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올 들어 약세를 보였던 금값도 불안한 중동 정세와 인플레이션 확대 우려 등으로 21일 개장 직후 곧바로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2.06달러(2.01%) 오른 배럴당 104.58달러(한국시간 자정 현재)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한때 105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집트 시민 혁명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12% 가까이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3.52달러(4.08%) 오른 89.72달러에 거래됐다. WTI 역시 이날 '사자' 물량이 대거 몰리면서 한때 배럴당 91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원유 가격이 다시 반등한 것은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에서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리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북아프리카 지역 원유 매장량 1위로 알려져 있다. 하루 원유 생산량이 미국 전체 소비량의 10%가량인 160만배럴에 이른다. 시위사태가 일부 진정되긴 했지만 알제리 역시 하루 원유 생산량이 200만배럴에 이르는 주요 산유국이다.

브렌트유가 최근 들어 급등한 것은 중동과 아프리카산 원유 대부분이 수에즈 운하와 중동 송유관 등을 통해 유럽지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로열더치셸과 BP 등 세계 5대 석유 대기업들도 원유시추 작업을 중단한 채 자국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가수급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시드니의 벤슨 왕 원자재 트레이더는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불붙은 민주화 시위가 리비아나 이란보다도 사우디아라비아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 원유 트레이더들의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값도 갈수록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까지 온스당 1390달러대를 오르내리며 박스권을 형성했던 금값 선물(4월 인도분)은 이날 NYMEX에서 14.8달러(1.07%) 오른 1403.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1월4일 이후 최고가다.

금값은 최근까지 차익매물이 대거 흘러나오면서 한 달 새 5% 하락하는 등 조정양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금투자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트러스트도 금 매도에 나서 지난 한 주간 금 보유량이 9개월 만의 최저치인 1223.098t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분석가 상당수는 중동 정세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금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상 최고가 기록인 온스당 1432.5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은 현물도 온스당 33.60달러로 올라 1980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