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원이 최근 노환으로 사망한 로랜드고릴라 수컷 '고리롱'의 대(代)를 잇고자 사후 인공수정 시술을 추진, 결과가 주목된다.

22일 서울동물원에 따르면 고리롱은 국내 유일의 로랜드고릴라로 오랫동안 서울동물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 고릴라다.

사람 나이로 80∼90세인 고리롱(1963년생 추정)은 지난 1968년 아프리카에서 서울동물원의 전신인 창경원 동물원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43년을 동물원에서 살았다.

고리롱은 지난해 동물원으로부터 특별대우가 필요한 노령동물로 지정되면서 사람 부럽지 않은 극진한 관리를 받아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최근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고, 사육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달 17일 오후 8시10분 사망했다.

고리롱이 세상을 떠나기 전 그의 아이를 얻으려는 사육사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서울동물원은 지난해 부인 '고리나'가 고리롱의 2세를 가질 수 있도록 강남 차병원 비뇨기과 박정원 교수팀과 함께 '실버리본프로젝트'에 착수하고서, 고리롱에 '고릴라 짝짓기 비디오'를 보여주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료에 섞어 주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몸이 불편해 힘의 서열에서 '고리나'에게 밀렸기 때문인지 고리롱은 끝내 아내와의 관계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고 서울동물원은 전했다.

서울동물원은 고리롱이 결국 자식을 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대를 이어주고자 박교수팀과 함께 고리롱의 정자를 확보해 인공수정 시술을 하기로 했다.

서울동물원과 병원측은 현재 고리롱 생식기의 정자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서울동물원은 한편 고리롱의 표피와 골격은 표본과 박제 처리한 뒤 8월부터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