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인간 샌드백"…전의경 구타·가혹행위 '충격'
KBS 2TV '추적60분'이 경찰서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의경 폭력' 사건을 조명한다.

지난 1월28일 강원지방경찰청은 원주 307부대를 전격 해체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24일 구타나 가혹행위가 구조적으로 이어져 온 부대는 해체하겠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방침은 2008년 제도 폐지 논란까지 갔던 전의경의 인권문제를 잠시 덮어두는 것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계속되는 전의경 폭력 잔혹사

"일주일 동안 내내 구타가혹행위에 시달렸다. 한마디로 인간 샌드백이라고 해야 하나"

"도시락은 일정한 양이 나오는데 그것을 남김없이 1분 안에 먹으라고 해서 막 삼키면서 먹는데 먹다가 구역질이 난다"

제작진이 취재한 전의경 전역자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제작진은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을 취재해 알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면서 "가혹행위로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부대복귀에 절망감을 느껴 자살한 의경도 있었고, 복무 중 스트레스로 급성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한 의경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의경 폭력, 그 구조를 추적하다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 전역자는 "난 군인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고, 내가 왜 경찰 뒤치닥거리를 해야 되고, 정체성 혼란이 정말 큰 스트레스"라고 심경을 토로했고 또 다른 전역자는 "시위진압 때문에 군기가 세야한다는 발상 자체가 틀린 것이다. 전의경은 경찰이 쓰다버리는 소모품인가"라며 현실을 개탄했다.

가혹행위 피해자 김모씨도 부대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구타 및 각종 가혹행위를 당했다. 그는 2년여 동안 의경 생활을 통해 한국사회에 실망하고 현재 해외이주를 준비 중이다. 인권위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가혹행위의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지휘관의 무관심, 전의경 폭력을 키운다

입원중인 한 피해자는 "지휘관들도 어디서 때리는 거 다 안다. 어디쯤에서 때린다. (중략) 그러면 순찰이라는 게 업무 중 하나인데 순찰을 안 돌아온다"고 말했고 한 전역자는 "소대장이나 중대장 같은 경우도 이런 사실, 여기서 다쳤다고 얘기하면집에 있는 부모님까지 쫓아와서 죽이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에 제대한 안모씨는 복무 중에 뇌손상으로 간질이 발병했다. 하지만 당시 지휘관은 아무도 도움이 되지 못한 존재였다. 오히려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한 지휘관도 있었다는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현직 경찰관들의 고백

방송은 경찰관계자의 인터뷰도 공개한다. 한 경찰관계자는 "인권교육 대상자 중에 전혀 소대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취재팀은 비밀리에 경찰관들을 만나 그들의 고백을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전의경은 고참들이 관리하고 있었다.

관리해야 할 소대장들은 업무는 미뤄놓고 오로지 승진공부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또한 현직에 있는 경찰관들은 전의경 부대에서 사고가 터지는 걸 복불복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인권의 사각지대 전의경은 노예도 도구도 아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전의경들은 평균 하루에 13시간 노동하며, 1인당 0.7평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하고, 병원 가고 싶어도 병원 보내달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가혹행위로 부상당한 피해자 상당수가 제때 치료를 못해 전역 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국회예산에서 그들의 복지비는 누락됐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제작진은 "끊이지 않는 전의경 폭력사건에 대해 현직 경찰관과 구타 피해자들을 집중 취재해 숨겨진 그들만의 세상을 낱낱이 공개한다"고 방송취지를 밝혔다.

23일 밤 11시 5분 방송.

한경닷컴 부수정 기자 oas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