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팀은 주말에는 이메일을 열지 않기,가족과 함께 낮잠 즐기기,소파에서 목적 없이 뒹굴기,선행 베풀기처럼 나와 타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특히 행복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기쁨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평소 공부하지 않는 학생이 어쩌다 한번 공부하면 티를 내듯이 자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날이면 '기쁨의 효과'를 톡톡히 느끼곤 한다. '타인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환희'라는 말처럼 봉사가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미국에 가서 교환 교수로 일하던 1992년으로 기억된다. 공동 연구를 하던 그곳 교수가 한국 학생들은 예의 바르고 성실하며,열심히 공부하지만 봉사 활동은 등한시하는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당시 우리 사회는 지금처럼 봉사활동이 일반화되지 않은 때였다. "유학생이니 경제적으로 어렵고,빨리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직장을 구해야 하므로 시간이 모자라며,영어 읽기는 잘하지만 봉사하는 데 필요한 회화는 능숙하지 않아 참여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 답변하면서도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인 교수는 한국 유학생에게 없는 것은 시간이나 돈 같은 자원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진단했다. 돈이 없으면 노력 봉사도 가능하고,시간이 없으면 한 달에 1시간짜리 봉사도 있으며,영어 회화가 서툴면 영어를 한마디 하지 않고도 봉사할 수 있는 분야 역시 많다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에게 없었던 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바로 마음이었다. 봉사라는 말이 낯설었으며,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도 못했다. 몇 년간의 교환 교수 시절에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나눔과 봉사가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는 공동 저서인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에서 시장에서도 결국 사랑이 승리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종업원을 사랑하고 고객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올린다는 것이다.

사랑받는 기업이란 주요 이해 당사자인 직원 · 고객 · 투자자 · 사회 · 파트너와의 관계를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 기업은 영혼에서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며,고객의 지갑이 아니라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이익 추구 이상의 의미 있는 활동에 전 직원이 헌신적으로 참여한다.

식사 당번을 하려고 노인복지관을 찾아가면 생활 속의 봉사를 실천하려는 기업 임직원이 늘고 있는 것을 본다. 반가운 현상이다. 물질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변화무상한 시대다. 기업에는 위기이면서 기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받는 기업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영신 < 한국소비자원장 ys_kim@kc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