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없는줄 알았는데"… 경매 보증금 1억 날려
경매 전업투자자 K씨는 최근 법원에 낸 입찰보증금 2000만원을 포기했다.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경매공고상 '대항력 있는 세입자 있음'이 표기된 서울 소재 오피스텔에 주목했다. 동사무소에서 확인한 결과 전입자가 없었던 탓이다. 이미 전출했다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떠안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했다. 단독 응찰해 낙찰받은 이 오피스텔은 곧 골칫거리가 됐다. 주거용이 아닌 업무용으로 사용 중이어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는 물건이었다. 오피스텔 세입자는 동사무소에 전입신고할 필요가 원래 없었다. 세입자 보증금까지 떠안으면 시세보다 3000만원 이상 비싸다는 계산이 나왔다. 보증금 포기가 손해를 줄이는 길이었다.

◆수도권 분기당 600여건 재경매

"세입자 없는줄 알았는데"… 경매 보증금 1억 날려
법원 경매에서 입찰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설익은 경매 지식으로 과욕을 부리다 종잣돈을 날리는 경매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22일 경매정보제공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도권에서 재경매된 부동산은 분기당 평균 600여건으로 집계됐다. 재경매 부동산은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않아 경매로 다시 나오는 물건이다.

재경매로 입는 피해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오간다. 작년 12월 재경매된 서울 구로동 소재 목욕탕(감정가 30억원)의 경우 최초 낙찰자 K씨는 입찰보증금 1억5360만원을 포기했다. 작년 11월 재경매에 부쳐진 서울 방배동 삼호아파트의 최초 입찰자도 대항력 있는 세입자를 파악하지 못해 9600만원을 허공에 날렸다.

이서복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경매담당 교수는 "경매 고수들로 불리며 이곳저곳에서 강연까지 하는 전문가들조차 보증금을 날리는 실수를 한다"고 말했다.

◆"내 눈으로 확인을"

경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경매가 이뤄지는 가장 흔한 사유는 권리분석 실수다. 경매펀드를 운용 중인 KJ국제법률사무소의 정충진 변호사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나 진짜 유치권자 등 낙찰자가 응찰가 이외에 떠안아야 할 부담이 있는 물건을 정상 물건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익은 지식을 가진 경매인들이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특수물건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낭패를 보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잔금 마련에 실패하는 경우도 흔하다. 금융기관이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잔금을 내려 했으나 예상보다 대출 규모가 작거나 대출이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다.

시세 조사를 소홀히 하거나 엉터리 컨설팅업체의 말만 믿고 제값보다 더 높게 낙찰받는 사례도 재경매 가능성이 크다. 경매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수수료를 챙기려는 욕심으로 아무 물건이나 추천하는 컨설팅업체도 있는 만큼 시장 조사는 투자자 스스로 꼼꼼하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여 응찰가를 써내 낙찰자로 선정됐다가 잔금을 내지 않아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