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던 부산 경제가 저축은행발(發) 한파로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불거진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부동산과 유통,신발 경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인구(350만명)의 10%에 육박하는 33만여명이 저축은행 고객인 점을 감안하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충격은 6개월 이상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산 부동산은 최근 봄바람을 타고 있었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줄곧 감소세였던 부산의 1월 건축 착공면적은 34만8000㎡로 지난해 1월(17만2000㎡)보다 102%나 늘었다. 지난해 말 해운대지역 아파트 분양에 이어 올 들어서도 부산 강서구 '명지 두산위브포세이돈' 1,2순위 청약에서 1149세대 모집에 2589명이 몰리는 등 호조세를 띠고 있었다.

백화점도 전국 최고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었다. 지난해 백화점 판매액 지수증가율은 부산 22.3%,대전 17.1%,서울 9.6%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거가대교 개통 등으로 올 들어서도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관광객도 지난해 200만명을 넘기면서 지역 경제 도약의 틀을 마련한 셈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부산 경제엔 충격이었다. 영업정지 당한 부산 · 부산2저축은행의 수신 고객만 부산 인구(350만여명)의 10%에 육박하는 33만여명.예금을 맡겨 둔 시민이 10명 중 1명인 셈이다. 특히 두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6조4587억원가량으로 부산지역 전체 저축은행 총수신(12조2000억원) 중 53.52%를 차지한다. 5000만원 초과 예금 규모도 2200억원에 이른다. 후순위 채권자들(2900여명)의 손해금액도 1000억여원이다.

부산에서 분양 중인 D건설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회사는 펜트하우스가 팔리는 등 판매가 늘고 있는데 저축은행 쇼크가 닥쳐 고객의 발길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원 김철준 씨(43)는 "6월 분양하는 부산민락 더파크리치를 사기 위해 저축은행에 계약금 7000만원을 넣어뒀는데 최소 2000만원이 날아가게 됐다"며 울먹였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금융사태가 터지면 백화점에 타격이 바로 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동안 20~30%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올렸고 목표도 그 수준에 맞춰놓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대리점 K사장은 "경기가 좋아야 차도 바꾸고 하는데 이번 사태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부산지역 저축은행 예금자는 60여만명이며 수신액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사태로 여러 곳의 돈줄이 막힐 경우 지역 경제가 최소한 6개월 정도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