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국민의 봉기로 튀니지 이집트가 들끓을 때도 리비아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역으로 꼽혔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42년간의 철권통치로 군부를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데다 '오일 머니' 덕분에 1인당 GDP가 1만5000달러 안팎에 달하는 등 비교적 부유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카다피 정부는 순식간에 붕괴 위험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벵가지(리비아의 옛 수도)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반정부 세력이 도화선에 불을 붙였고,여기에 청년실업이라는 기름이 부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 규모만 놓고 보면 리비아는 튀니지 이집트와 사정이 다르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2008년 리비아의 국민소득을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으로 1만6410달러로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외환보유액은 925억달러로 넘쳐나지만 외채는 62억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다. 세계 8대 산유국답게 경상수지도 매년 흑자다. 연간 물가 상승률 역시 2%대로 안정돼 있다.

하지만 실업률은 최악의 수준이다. KOTRA 트리폴리KBC 센터장을 지낸 정영화 부장(현 카라치KBC 센터장)은 "리비아의 청년들은 중등교육까지 무상교육을 받은 덕분에 높은 의식을 갖고 있지만 일자리 부족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크다"며 "석유,농업분야를 제외하면 청년들을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전체 인구 중에서 29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63%다. 39세 이하로 넓히면 비중이 80%에 달한다. 하지만 전체 실업률(2010년 기준)은 30%에 이른다.

이 같은 상황이 벵가지의 조직적인 반정부 세력과 결합하면서 체제 전복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용석 KOTRA 중아CIS팀장은 "벵가지는 왕정 시절 리비아의 수도로 카다피 원수가 1969년 6월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수도를 트리폴리로 옮기면서 폐허가 되다시피했다"며 "외부에는 덜 알려졌지만 벵가지에 근거를 두고 있는 옛 기득권 세력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