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용 터치스크린과 플래시모듈을 생산하는 트레이스가 코스닥시장의 지오멘토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절차를 22일 마무리지었다. 부실회사의 우회상장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관련 규정을 강화한 뒤 첫 번째 우회상장 성공 사례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공시를 낸 지 2개월 만에 우회상장이 가능했던 것은 이광구 트레이스 대표(38 · 사진)가 2년여 전부터 지오멘토와 맺은 '인연' 때문이다.

2000년 트레이스를 창업해 경영하던 이 대표는 2008년 6월 지오멘토의 전신인 윈드스카이 소액주주들로부터 회사 경영을 맡아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전 최대주주 겸 대표인 김모씨의 방만한 경영과 횡령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규합해 직접 경영진 교체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몇 주일간 고심하다 요구를 받아들여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맡기로 했다.

250억원 상당의 횡령으로 어려움에 빠진 회사를 상장폐지 실질심사와 상장유예를 거쳐 정상화시킨 이 대표는 지난해 트레이스와 지오멘토의 합병을 결정했다. 이 대표는 "170억원을 들여 경기도 안산에 국내 최초의 글라스방식 터치스크린 전용 공장을 완공하면서 상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며 "주업종인 소프트웨어 업황의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지오멘토 소액주주들도 합병에 흔쾌히 동의해 줬다"고 말했다. 글라스방식은 기존 필름방식에 비해 터치 감도와 반응 속도가 우수해 애플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선호하고 있다.

지오멘토에 뚜렷한 최대주주가 없었던 만큼 우회상장시 비상장사가 기존 상장사 최대주주에게 많게는 100억~200억원까지 지불하는 인수비용을 내지 않아도 됐다. 이 대표는 "상장사를 경영하며 쌓은 경험도 우회상장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오멘토는 다음 달 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트레이스로 바꾼 뒤 합병 회사의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