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액면분할'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대체로 액면을 쪼개면 이전보다 싸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가 호재'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전문가들은 "액면을 쪼개면 거래가 활성화 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미리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좋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투자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18일 장마감 이후 1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분할키로 결정했다. 이후 첫 거래일인 21일 전날대비 10% 급락했고, 22일 역시 약보합세로 이틀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경동나비엔은 "유통 주식수를 늘리기 위해 액면을 분할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주가가 떨어졌는 지 알 수 없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액면분할 결정이 발표되기 전부터 관련 내용이 시장에 흘러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주가 움직임이 크지 않은 기업인데 액면분할 발표 한 달 전부터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며 "이는 액면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됐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의 주가는 실제 연초 2만9000원~3만1000원대선을 맴돌다 액면분할 발표 직전 3만3500원까지 뛰어올랐다.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액면분할과 동시에 무상증자까지 검토했던 선창산업은 액면분할로 돌아선 뒤 '매물 폭탄'에 몰매를 맞으며 연일 급락 중이다. 액면분할보다 무증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았던 탓이다.

선창산업은 지난달 25일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를 실시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일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뛰어올랐고, 3만원 초반대이던 것이 단 이틀 만에 4만5100원(1월31일 종가 기준)까지 급상승했다.

시장은 그러나 선창기업이 액면분할을 택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액면분할을 공시한 지난 17일 선창기업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 3만1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선창기업은 액면분할 결의와 함께 "무상증자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주가는 이날까지 나흘 연속 미끄러져 종가를 기준으로 약 4개월만에 3만원대를 밑돌고 있다.

선창산업 관계자는 "왜 무상증자를 안 하냐는 항의전화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액면분할보다는 무상증자를 기대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많아 주가가 급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