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예금인출 사태는 진정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 과정에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인 저축은행 5곳의 명단에 새누리 · 우리 · 예쓰저축은행을 포함시킨 결정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새누리 · 우리저축은행은 대주주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이다. 통상 적용되는 자기자본비율은 낮지만,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곳들이었다. 예쓰도 예금보험공사가 100% 주식을 갖고 있어 문제될 게 없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17일 부산 · 대전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를 발표하면서 "우리와 새누리는 적기시정조치를 2013년 6월 말까지 유예받고 있어 문제가 없다. 예쓰도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뒤따르지 않았다.

'5% 미만'으로 낙인이 찍힌 3곳의 저축은행에선 돈이 급속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날 오후에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새누리 · 우리는 별도로 적용되는 '부칙 자기자본비율'이 지도기준을 웃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런 해명은 통하지 않았다. 예금자들은 대부분 "부칙 BIS는 또 뭐냐.적기시정조치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는데,그렇다면 2013년 이후엔 영업정지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응했다. 김 위원장이 21일 직접 부산의 우리저축은행을 방문해 예금자 설득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당국의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17일 발표를 앞두고 금융당국 내부에선 3곳을 제외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자본비율 5% 미만 저축은행을 공개하기로 한 마당에 예외를 두면 곤란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렇더라도 이들 저축은행과 예금자들이 입게 될 충격을 감안,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굵직한 각종 현안을 치밀한 전략과 논리로 밀어붙여 '대책반장'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엔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예금자들이 돈을 빼가면 영업이 정지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절박한 호소엔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류시훈 경제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