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사랑받는 기업' 10년 수익률 1111%…'위대한 기업'의 3배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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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Firms of Endearment (사랑받는 기업)
(2) 위대한 기업 vs 사랑받는 기업
마케팅 투자 전혀 안하고도 탁월한 실적 올리는 기업 존재
구글ㆍ아마존ㆍ스타벅스 등 28社 이해관계자와 '정서적 유대'
재무적 성과는 목표 아닌 결과…고객의 지갑 보다 '마음' 잡아
(2) 위대한 기업 vs 사랑받는 기업
마케팅 투자 전혀 안하고도 탁월한 실적 올리는 기업 존재
구글ㆍ아마존ㆍ스타벅스 등 28社 이해관계자와 '정서적 유대'
재무적 성과는 목표 아닌 결과…고객의 지갑 보다 '마음' 잡아
마케팅의 구루로 꼽히는 필립 코틀러 박사가 2007년 가을께 방한 강연회를 가졌다. 당시 운집한 400여 청중들 앞에서 코틀러 박사는 이상하게도 자신의 전공인 마케팅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가 준비한 40여쪽의 슬라이드 가운데 15쪽은 '블루오션전략',또 다른 15쪽은 '사랑받는 기업'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기업이 가야 할 곳은 이 두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필생의 연구 결과가 이 두 가지 이론으로 결론난 듯한 표정이었다. 블루오션전략은 당시에도 전 세계를 강타할 정도로 유행하고 있었지만 '사랑받는 기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외였다. 마케팅 구루는 왜 '사랑받는 기업'을 강조했을까.
# 마케팅이 필요없는 회사들
'사랑받는 기업'이라는 집단을 발견한 것은 어쩌면 우연이었다. 출발은 마케팅 연구였다. 미국 벤틀리대 마케팅 담당 교수인 라젠드라 시소디어는 마케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케팅 투자와 기업 성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케팅 투자가 성과와 전혀 연관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케팅 투자를 해도 성과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았고,반대로 마케팅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데도 시장 성과가 놀라운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시소디어 교수팀이 주목한 그룹은 후자였다. 어떤 기업이기에 마케팅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데도 고객충성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고 시장에서 성과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일까. 그들이 찾아낸 것은 이런 기업이 주위의 여러 이해당사자(stakeholder)들과 끈끈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서적 유대는 가격이나 공급가와 같은 이성적 판단 이전에 감정적으로 서로 끌리는 관계를 말한다. 연구진은 이런 기업들을 '사랑받는 기업(FoE:Firms of Endearment)'이라고 가정하고 실제 이런 기업들이 존재하는지,그리고 어떤 모델로 성과를 내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의 일이다.
# 사랑받는 기업 프로젝트
'사랑받는 기업'을 찾아내는 프로젝트는 2003년부터 3년간 이뤄졌다. 연구진은 현직 기업인,마케팅 담당 교수,MBA 학생 등과 1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1차 조사를 했다. 1차 조사에서 연구진은 이들 그룹을 대상으로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이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기업이 있는지를 물었다. 질문은 상당히 정서적인 것이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기업을 말해주세요. 그냥 좋아하는 것 말고 정말로 사랑하는 기업을 꼽아주세요. "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회사를 갖고 있었다. 할리데이비슨을 사랑한다고 적은 이는 "할리데이비슨이 망해 더 이상 그 회사 모터사이클을 탈 수 없다면 차라리 왼팔이 없는 게 낫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설문 결과 수백개의 후보기업군을 선별했다.
이런 후보 기업군들을 대상으로 연구진은 보다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사랑한다고 말한 회사 가운데 비윤리적인 회사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어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회사를 가려내는 작업이었다. 이때 연구진이 기준으로 삼은 질문은 이런 것들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회사가 존재함으로써 세상이 더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는가 △여러 부문에서 골고루 실적을 쌓아왔는가 △열정적인 충성고객을 갖고 있는가 △파트타임 근로자들을 잘 대우하는가 △직원 이직률은 어떤가 △공급업체를 쥐어짜는 것으로 악명 높지는 않은가 △새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할 때 지역 사회가 환영하는가 △환경 관련 법규 위반 사실이 있는가 △평균 이상의 운영규칙을 정해 전 세계 사업장에 적용하는가 △경기침체나 신용위기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느라 돈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렇게 2차 조사를 통해 60개 기업을 가려 뽑은 뒤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벌여 28개 사랑받는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구글 사우스웨스트항공 이베이 존슨앤드존슨 등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기업부터 컨테이너스토어 REI 팀버랜드 트레이더조 등 우리에겐 생소한 기업 등이 이 명단에 포함됐다.
명심할 것은 이 28개 '사랑받는 기업' 리스트는 이런 기업들이 '사랑받는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일 뿐 절대 순위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 미국에서 이 프로젝트가 이뤄졌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국 기업이나 미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만을 대상으로 남았다는 사실이다. 실제 사랑받는 기업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상장회사 성과 비교
연구진은 '사랑받는 기업'들이 실제로 시장 성과도 좋은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 28개 기업 가운데 공개기업들을 뽑아 시장 성과를 비교하는 작업을 벌였다. 비교대상은 미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S&P 500 기업'과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나오는 '위대한 기업' 11개사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3년,5년,10년의 누적수익률이 S&P 500 기업은 물론 '위대한 기업'에 비해서도 월등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특히 10년을 기준으로 볼 때 '사랑받는 기업'은 1111%의 누적수익률은 기록,'위대한 기업'에 비해 3.4배나 높은 성과를 올렸다. S&P 500기업과 비교할 때는 9.1배나 됐다. <표 참조>
'사랑받는 기업'의 수익률이 높은 것 자체도 의미 있지만,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대한 기업'과 비교해서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위대한 기업'은 그 선정 기준 자체가 수익률이었기 때문이다. 콜린스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15년 동안 시장 평균 이하의 누적수익률을 보이다가 이후 15년 동안 시장평균의 3배 이상의 성과를 보인 회사들을 '위대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그 기준에 맞는 기업을 선정했다. 애벗 서킷시티 패니메이 질레트 킴벌리클라크 크로거 뉴커 필립모리스 피트니보즈 월그린즈 웰즈파고 등 11개 기업이 '위대한 기업'들이다.
시소디어 교수는 "짐 콜린스가 선정한 '위대한 기업' 가운데 어떤 회사도 '사랑받는 기업'에 들지 못했다"며 "시장 성과를 기준으로 '위대한 기업'을 뽑는다는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라는 것이 엄연히 있는데 필립모리스 같은 담배 제조회사를 과연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사랑받는 기업'은 상장사 비교에서 나타나듯이 중 · 장기로 갈수록 더욱 놀라운 성과를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니 물건도 잘 팔리고 재구매도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이렇게 영업과 마케팅에 신경쓰지 않고 종업원이나 파트너 사회 등에 더 집중하는 기업은 '당연히'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랑받는 기업' 모델은 그러니까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 진정한 마케팅
시소디어 교수는 이들 기업이 기업을 둘러싼 이해당사자,즉 종업원 고객 투자자 파트너 사회 등과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그 생태계 자체의 경쟁력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랑받는 기업'들에 재무적인 성과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수익을 높이기 위해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목적을 갖고 기업 활동을 하면 매출과 이익 같은 숫자적인 목표들은 그 결과로 얻어진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업들은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이성적인 손익관계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정서적인 유대관계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기 때문에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수익을 내는 구조를 창출해 낸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래서 이런 기업들로 투자종목을 구성한 '사랑받는 기업 펀드'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의 대가 코틀러 박사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깊은 인상을 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마케팅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 기업은 사람들의 지갑이 아니라 마음을 잡았다. 이만한 마케팅이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