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저녁 6시 일본 오사카 제국호텔.30여명의 재일교포들이 만찬장에 모여들었다. 1982년 신한은행을 설립한 원로 재일교포 주주들이다. 하루 전인 21일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최종 추천된 한동우 내정자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 내정자는 재일교포 주주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라응찬 전 회장의 지원으로 선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날 만찬 분위기도 서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원로 주주들은 두 명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환영의 인사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인사말은 한 내정자가 시작했다. 그는 "2002년 어려웠던 신한생명을 좋은 회사로 만들라는 것이 주주들이 제게 주셨던 첫 번째 숙제였다면,지금 신한금융을 새로 재건하는 중차대한 업무가 제게 주어진 두 번째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열심히 할 테니 주주들께서 성원하고 지도해 주셨으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간사이 지역 주주대표인 최영훈 코마 컨트리클럽 회장이 답사를 했다. 최 회장은 "작년 9월 너무 부끄럽고 참담한 사태를 접하고 저희 재일교포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그렇게 신뢰했던 경영진 간 내분이 우리를 절망으로 끌고 갔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하지만 오늘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신한의 역사를 가장 잘 알고 30년 동안 진정으로 신한의 성장의 기반을 만든 두 사람이 새로운 리더로 나타났다"며 한 내정자와 서 행장을 치켜세웠다.

최 회장은 특히 "이희건 명예회장과 재일 한국인들의 창업정신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창업 동지들은 이익을 보기 위해 은행을 만든 것이 아니다"며 "신한금융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어 "신한그룹에서 다시는 누구파,누구파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달라"며 "한 회장과 서 행장이라면 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장두회 재일한국상공회의소 명예회장도 "정말 적당한 사람이 회장이 됐다"며 "과거에 있었던 일은 강물에 흘려보내고 한 회장을 중심으로 신한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주주들이 힘을 보태자"고 건배사를 했다.

한 내정자와 서 행장은 23일에도 주주들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점심에는 나고야,저녁에는 도쿄 지역 주주들과 식사를 함께할 예정이다.

오사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