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래바람이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이집트 사태가 수그러들면서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리비아 등 주변국가로 급속 확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증시는 1% 이상 약세를 기록했고 국제 유가는 뛰었다.

리비아의 정정불안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리비아의 경우 세계 8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8번째로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공급충격에 의한 국제 유가 급등을 충분히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한다면 이머징 국가에 이어 선진국 물가불안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는 이제 회복단계에 진입한 미국경제가 재차 위축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리비아발 정정불안 사태는 해외 수주 감소 우려를 키우며 21일 코스피시장에서 건설업종 주가를 2% 넘게 끌어내렸다. 반면 S-Oil,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주는 유가 상승 기대에 4~6% 급등했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가 전날에도 수면위로 드러났던 악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지켜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 매도하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지만 현물시장에서는 사흘 연속 사자에 나섰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적극적인 매매에 나서는 것도 리스크가 크지만 유가 급등세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도까지 상승하려면 아직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과민반응 역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을 충분히 반영해 텍사스(WTI)산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정도인 105달러까지 상승하려면 아직 20달러 정도 여유가 있다"며 "유가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제침체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다.

가격조정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리비아발 모래바람이 국내 증시를 다시 휘감아 내릴지,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지 확인하고 대응할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