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오바마, IT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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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기업 최고 경영자(CEO)들과 함께한 만찬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그날의 사진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IT의 진정한 '실세'가 누구인지를 확인시켜주는 권력지도가 드러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사진 속 잡스의 병세에 관한 추측도,누가 대통령 옆에 앉았는지도 말초적인 얘기일 뿐이다.
만찬은 벤처 자본가(Venture Capital) 존 도어의 집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잡스 애플 CEO뿐 아니라 에릭 슈밋 구글 회장,존 체임버스 시스코 CEO,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미국 IT를 상징하는 기업인들이 초대됐고,존 헤네시 스탠퍼드대 총장도 포함됐다. 모험금융가,기업가정신을 가진 영웅들,혁신적인 대학,정부(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 IT 생태계의 핵심 참여자들은 다 모였다. 이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증이 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참석자들은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 필요성,기술의 중요성,일반인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제고방안,대학과 개인이 협력해 빠른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이른바 '신생기업구상(Startup America Initiative)'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경제회복과 기업가정신이 주제였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만약 같은 날 한국에서 대통령(또는 정부)과 IT 기업인들이 만났다면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형식이 자유롭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대화의 내용부터 달랐을 게 틀림없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들겠다고 했을 것이고,장관들은 그런 기업가를 언제까지 몇 명을 키우겠다며 지원책을 담은 계획을 그 자리에서 발표했을 것이다. 동반성장과 상생이 중요하다고 대통령과 정부가 기업에 재차 주문했을 것 또한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다음 IT 업계는 사전에 준비한 대로 대통령과 정부에 건의했을 것이다. "IT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달라" "IT를 홀대 말고 지원을 늘려달라"고 했거나,아니면 "규제를 풀어달라" "정부가 공정경쟁의 심판자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는 등의 얘기가 나왔을 테고,대통령은 배석한 장관에게 즉각 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대화는 막을 내렸을 것이다.
모든 게 정부로 시작해 정부로 끝난다. 그렇게 해서라도 뭔가 진전이 되고 변화가 일어난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똑같은 일이 매번 되풀이될 뿐,정부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다 거머쥔 채 내심 즐기는 듯한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관(官) 확장사회'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허진호 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들겠다고 얘기한 적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민화 전 벤처기업협회 회장도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오바마와 미국 IT 기업인들은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놓고 토론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바마는 겸손하게 IT에 길을 물었다. 정부의 진정한 역할은 그런 것이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만찬은 벤처 자본가(Venture Capital) 존 도어의 집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잡스 애플 CEO뿐 아니라 에릭 슈밋 구글 회장,존 체임버스 시스코 CEO,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미국 IT를 상징하는 기업인들이 초대됐고,존 헤네시 스탠퍼드대 총장도 포함됐다. 모험금융가,기업가정신을 가진 영웅들,혁신적인 대학,정부(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 IT 생태계의 핵심 참여자들은 다 모였다. 이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증이 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참석자들은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 필요성,기술의 중요성,일반인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제고방안,대학과 개인이 협력해 빠른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이른바 '신생기업구상(Startup America Initiative)'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경제회복과 기업가정신이 주제였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만약 같은 날 한국에서 대통령(또는 정부)과 IT 기업인들이 만났다면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형식이 자유롭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대화의 내용부터 달랐을 게 틀림없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들겠다고 했을 것이고,장관들은 그런 기업가를 언제까지 몇 명을 키우겠다며 지원책을 담은 계획을 그 자리에서 발표했을 것이다. 동반성장과 상생이 중요하다고 대통령과 정부가 기업에 재차 주문했을 것 또한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다음 IT 업계는 사전에 준비한 대로 대통령과 정부에 건의했을 것이다. "IT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달라" "IT를 홀대 말고 지원을 늘려달라"고 했거나,아니면 "규제를 풀어달라" "정부가 공정경쟁의 심판자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는 등의 얘기가 나왔을 테고,대통령은 배석한 장관에게 즉각 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대화는 막을 내렸을 것이다.
모든 게 정부로 시작해 정부로 끝난다. 그렇게 해서라도 뭔가 진전이 되고 변화가 일어난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똑같은 일이 매번 되풀이될 뿐,정부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다 거머쥔 채 내심 즐기는 듯한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관(官) 확장사회'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허진호 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들겠다고 얘기한 적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민화 전 벤처기업협회 회장도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오바마와 미국 IT 기업인들은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놓고 토론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바마는 겸손하게 IT에 길을 물었다. 정부의 진정한 역할은 그런 것이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