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폼은 좋은데 '골프 진도'가 유난히 느린 골퍼들이 있다. 왜 그럴까. 클럽의 사양(스펙)이 골퍼의 체형이나 파워 등과 맞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 샤프트 브랜드 후지쿠라의 한국 총판인 B&J골프의 정재욱 사장은 "클럽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면 골프의 재미가 떨어진다"며 "헤드와 샤프트의 무게 · 강도 같은 기본적인 물성이 맞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라이각과 로프트 점검은 기본

겨울철이 지나면 스윙이 바뀌는 골퍼들이 적지 않다. 살이 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해 근력을 길렀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헤드 스피드도 달라지고 구질 변화도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클럽을 점검하는 피팅이 필요하다.

기존 클럽에 변형이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클럽별로 정해진 로프트(헤드 페이스의 경사도)와 라이각(헤드의 바닥을 지면과 수평으로 놓았을 때 샤프트가 지면과 이루는 각)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그루브(페이스의 홈)가 얼마나 닳았는지,헤드가 깨졌는지 등도 점검 사항이다. 가까운 피팅숍이나 각 브랜드의 피팅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존 클럽을 계속 써도 좋을지도 점검해야 한다. 이때는 론치모니터 트랙맨 같은 스윙분석기를 이용해 헤드 스피드,탄도,스핀량,발사각,볼 스피드 등을 따져봐야 한다. 시타행사 때 클럽을 가져가서 무료로 점검해볼 수 있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줄어드는 건 헤드가 깨지거나 스윙 감각이 무너졌을 때다. 우원희 핑골프 팀장은 "갑자기 슬라이스가 나면 페이스를 조정하든지 클럽에 몸을 맞춰야 한다"며 "연초 종합적으로 클럽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샤프트 강도도 살펴야

클럽 피팅이 인기를 끌면서 스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샤프트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성준 PRGR 팀장은 "샤프트 교체가 피팅의 90%"라며 "골퍼들은 스윙 폼을 만든 뒤 클럽을 몸에 맞게 피팅하지만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힘에 비해 딱딱하다거나 무겁다는 느낌이 들면 좀 더 부드럽고 가벼운 걸로 바꾸는 게 좋다.

'보기 플레이어' 이상의 골퍼는 샤프트의 무게 강도 등은 물론 타구감에도 관심이 높다. 타구 후 볼이 강하게 반발해 튀어나가는 느낌이나 볼이 헤드에 스며드는 느낌이 강한 샤프트를 찾기도 한다.

샤프트 강도(플렉스)는 L(여자) A(시니어) R(레귤러) SR(S와 R의 중간) S(스티프) X(엑스트라 스티프)로 구분한다. 여자프로는 남자 아마추어와 비슷한 R이나 SR,남자프로는 S나 X를 많이 쓴다.

플렉스에 영향을 미치는 토크(뒤틀림)는 다운스윙 때 클럽헤드의 무게와 헤드 속도에 따라 샤프트가 뒤틀어지는 강도를 뜻한다. 원의 각도처럼 표시하며 보통 4도 이하는 낮은 토크,5도 이상은 높은 토크라고 한다. 각도가 작으면 작을수록 뒤틀림이 작고 강하다.

헤드에서 약 15㎝ 지점(킥 포인트)에 샤프트의 휘는 성질을 결정하는 기술력이 집적된다. 이 지점이 헤드 쪽에 가까우면 '로킥',그립 쪽에 가까우면 '하이킥',그 중간은 '미들킥'이라고 한다. 로킥은 볼의 탄도가 높고 하이킥은 낮다. 로킥 제품은 샤프트가 낭창낭창해 여성이나 시니어 골퍼들에게 권장된다. 프로들은 하이킥이나 미들하이킥을,남자 아마추어는 미들킥이나 미들로킥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