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경영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어제 '동반성장지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동반성장 노력을 지수로 평가받게 될 대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56곳으로 확정됐다. 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연간 한 차례 대기업의 동반성장 이행실적을 정량으로 평가한 다음 동반성장위원회가 1,2차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연간 두 차례 실시한 체감도 평가(정성)를 보태 산출한다. 이르면 내년 2월 첫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문제는 평가 결과를 등급별 순위별 등으로 서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위원회의 구상이다. 대기업들을 잘한 순서로 줄세우겠다는 뜻이다. 이는 사회적 평판에 민감한 대기업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반성장을 확산시키는 데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고 보면 법적 구속력도 없는 지수를 중 · 고등학생 시험 채점하듯 공개할 일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잘한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평가 대상 56개 기업은 전기 · 전자,기계 · 자동차 · 조선,화학 · 금속 · 비금속,건설,도소매,통신 · 정보서비스 등 6개 산업군으로 나뉜다. 산업별로 영업 환경이 달라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1,2차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정성 평가는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기대할 수도 없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상반기중 확정할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관련해 대기업의 준수 여부를 평가에 포함하려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업종을 말한다. 수명이 다해 철폐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되살리려는 것이다. 영업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적합업종 자체를 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을 제대로 지키는지의 여부를 평가하겠다는 구상은 대기업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을 진정한 파트너로 삼겠다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관행과 문화로 자리잡는 게 바람직하다. 지수 발표가 규제나 족쇄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평가 결과의 서열화 등은 재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