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구조조정'…"기술력 낮은 4800곳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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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개정심사제도 적용
과도한 技保평가보증 기업 정리…자금 우대지원 제외돼 반발 예상
과도한 技保평가보증 기업 정리…자금 우대지원 제외돼 반발 예상
오는 4월부터 벤처기업 4800여곳이 무더기로 퇴출된다. 전체 벤처기업의 90%에 육박하는 '기술보증기금 평가보증' 기업들이 한층 까다로워진 확인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탈락 업체엔 정책자금 우대지원 등 각종 혜택도 끊기게 돼 해당 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23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28일 개정된 벤처심사제도(벤처확인제도)가 오는 4월부터 기존 벤처기업들의 재인증 심사에 적용된다. 1년 후부터 적용한 이유는 중소기업청이 당시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모든 벤처기업들의 인증 유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인증 재심사 대상이던 벤처기업들은 모두 4월 이후로 심사가 미뤄졌다.
문제는 새롭게 적용되는 심사제도의 기술성 평가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이전 심사제도는 기술성,시장성,사업성 등을 종합해 65점(100점 만점)만 넘으면 벤처로 인정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기술성부문 평가에서 26점(43점 만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새로운 심사제도가 모든 벤처기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벤처기업 확인요건은 △기술보증기금(기보)으로부터 평가를 받거나 보증을 받은 기업 △중소기업진흥공단 평가를 거쳐 융자받은 기업 △벤처캐피털로부터 지분 10% 이상을 투자받은 기업 △연구 · 개발비가 5000만원 이상이면서 전년 매출액의 5% 이상인 기업 등 네 가지다. 이번 심사제도는 기보 평가 보증 기업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기보 평가 보증기업이 전체 벤처기업의 86%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다수의 벤처기업들이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지난달 기준 벤처기업 수는 2만4882개.이 중 기보 평가 보증 기업이 2만1533개,연구 · 개발 기업 1583개,중진공 평가 대출 기업 1019개,벤처캐피털 투자기업 627개 등이다.
기보는 새 심사기준을 벤처기업에 미리 적용해본 결과 심사 대상 기업의 22.1%가량이 점수 미달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4800여개 기업이 탈락한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농 · 임 · 광업 분야는 62.5%가 도태될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은 29.2%, 제조업도 24%가 퇴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업력별로는 1년 미만 벤처기업의 34.9%가 벤처 지위를 잃고 10년 이상 벤처기업은 19.4%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보가 벤처에 대해 기술성 평가를 강화하는 것은 벤처기업이 난립하면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4~5년 새 벤처기업이 급증한 이유는 기술평가보증 벤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벤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기술평가보증 벤처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새로운 평가 방식은 신생 벤처들을 몰아내고 장수 벤처만 유지하는 식의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며 "벤처산업 육성 취지에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