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내 모바일 기기가 PC 역할을 하겠지만,휴대폰 태블릿PC PC 카메라 프린터 등 디지털 기기들도 고립된 섬에서 벗어나 하나의 '패밀리'로 묶일 것입니다. "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가 모바일 기기를 상대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HP는 지난해 인수한 PDA 제조업체 팜(Palm)의 '웹OS' 운영체제(OS)를 적용,스마트폰-태블릿PC-PC를 묶는 제품군을 공개했다.

◆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한묶음으로

HP는 23일 중국 상하이 월드파이낸스센터에서 개인용 기기 신제품 발표회를 갖고 '디바이스 패밀리'라는 개념을 내놨다. 단순한 단말기 제조업체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 디지털 기기를 수평 결합시키고,여기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로 진화하겠다는 선언이다.

HP의 모바일 제품 개발을 총괄하는 필 맥키니 개인용기기그룹(PSG)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 이용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하나의 '패밀리'로 묶이고 있다"며 "웹OS는 이를 결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P는 이날 웹OS를 탑재한 태블릿PC '터치패드'와 스마트폰 '프리3' '비어(Veer)' 등을 공개했다. 관심을 모았던 터치패드는 9.7인치 LCD에 퀄컴의 1.2기가헤르츠(㎓)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터치패드에서 가장 눈에 띈 기능은 웹OS를 탑재한 기기들끼리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터치 투 셰어(Touch to Share)'다. 이를 이용하면 태블릿PC에서 보고 있는 콘텐츠를 그대로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다. 거꾸로 스마트폰으로 걸려온 전화나 문자메시지(SMS)를 태블릿PC에서 그대로 수신할 수 있다.

◆연말까지 PC에도 '웹OS' 적용

맥키니 CTO는 "올해 말까지 웹OS를 탑재한 PC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PC용 웹OS는 기존 윈도 탑재 PC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와 콘텐츠를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모바일 환경이 진전되면서 PC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서려는 포석"으로 분석했다. 다만 애플이나 구글이 수년간 구축해온 콘텐츠 생태계를 HP가 얼마나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맥키니는 "웹OS는 포팅(다른 기기용으로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수정하는 것)이 편리해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앵그리버드를 웹OS로 고치는 데 3일이면 충분했다"고 소개했다.

상하이=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