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표류해온 농협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정안 추가 조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농협은 경제사업과 신용(금융)사업이 분리돼 농협연합회와 2개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 추가 제시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과 농협 관계자 등은 23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농식품위 의원 5명과 당정회의를 가졌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지주회사로 분리되면 더 위축될 수 있는 경제사업 지원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농협법 개정안에 추가로 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회원의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가공 · 유통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는 농협법 6조 2항을 신설키로 했다. 현재는 '회원의 발전을 도모한다'(6조 1항)로만 돼 있다. 여기에 농산물을 유통 · 가공 · 판매하는 경제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경제사업 지원을 위한 5,6개 조문을 더 넣기로 했다. 지역농협의 역할에 공동출하 판매 등을 새로 규정하고,거래처 확보도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농협중앙회가 매년 농산물 판매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시설과 판매 조직도 갖추도록 했다. 농산물 판매활성화사업 평가협의회를 구성해 경제사업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를 감시할 방침이다. 유통지원 자금 조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지원 대상에 중앙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가공 사업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합원 소득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의무 등 다소 이견이 있는 부분은 있었지만 당정은 '경제사업 중심의 농협'이라는 방향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 낙관 전망 솔솔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면서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관측이 많다. 여당에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데다 민주당 등 야당 역시 이번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자본금 지원과 조세 감면 등의 쟁점은 아직 남아 있다. 최인기 농식품위 위원장(민주당)은 "추가 조문에 경제사업 활성화 관련 내용이 잘 담겨 있다"며 "하지만 자본금 출연 등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답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가 이미 지난해 부족한 자본금을 지원키로 했고,조세 감면 역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업체계 개편 이후 발생하는 세금을 언제까지 면제해 주느냐 등의 이견은 있지만 추후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기획재정부가 다시 한번 지원 약속을 확인해주는 선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에서 큰 틀을 통과시키고 농식품부와 농협이 협의해 세부 사항을 정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법 개정안은 다음 달 3일 법안 소위를 거쳐 4일 상임위 심사를 받게 된다. 일정을 모두 통과하면 농협은 내년 3월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서욱진/박신영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