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2주년을 평한 신문들을 다시 훑어보면 국민과의 소통을 요구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대통령도 작년 10월 라디오 연설 2주년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 정부가 들어선 후 3년째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대통령에게 소통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의 과오를 피해가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 대통령 주변의 비리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치를 이념논쟁으로 몰고가서 경제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경제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 정치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경제에 주력한 것이 양극화 등 경제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당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기에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에 숨어 있는 몇 가지 요인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는 야당이 지지부진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야권이 정책적 대안을 바탕으로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국민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도 대통령 지지로 연결되는 한 가지 이유가 된다. 또한 대통령 평가에 단기적 업적들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언론에 보도되는 현 정부의 업적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대통령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를 조사해보면 국정운영 평가보다 훨씬 낮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권위적인가,따뜻한가,혹은 포용적인가 등에 대한 여론은 훨씬 부정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집권 4년차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전 대통령들보다 훨씬 높지만 지지 강도가 반드시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눈에 보이는 단기적 업적보다 중요한 게 장기적 발전이다. 만약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당장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통해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역점을 둔다면,심각한 문제가 다음 정권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은 아직도 대통령이 추구하는 장기적 국가발전 방향에 대해 알지 못한다.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응은 발빠르고 효율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국가미래상과 일맥상통하는지 알기 어렵다. 분기별 경제실적은 향상되는지 몰라도 한국 경제구조가 개선되고 국민 전체가 잘 살게 됐는지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따져봐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시적인 업적 이외에 정치발전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정치를 경원시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이는 다수는 대통령이 정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 작년국회에서 여당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대통령이 여당의원을 격려했다는 보도는 타협과 공존의 정치가 실종된 한 예이다. 또한 최근 야당대표와의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보면 대통령의 포용력이 아쉬워진다.

왜 언론에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인사문제가 계속 구설에 오르는 것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대통령의 폐쇄성이 문제이며,이를 주변에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순응하는 인물들이 필요하겠지만,국정을 올바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인물의 충원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앞으로 2년이면 임기가 끝나지만,대한민국은 무궁히 발전해 갈 것이다. 이제 임기 후반기에 정권이 아닌 국가차원에서 국정의 방향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민주정치에서 지도자는 자기 소신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이현우 < 서강대 정치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