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꽃이라 불리는 상품기획자(MD · merchandiser)는 영화감독과 비슷합니다. 수개월 동안 사전 기획과 원료 소싱,공장 발주와 생산 관리,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쳐 내놓은 상품이 히트를 쳤을 때 보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영패션MD팀의 선임상품기획자(CMD)인 성기환 과장(39)은 최근 한 달간 69명의 CMD를 대상으로 진행한 지난해 실적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연봉 1억원을 받는 '1억 CMD'에 선정됐다.

성 과장은 지난해 엠폴햄,잭앤질 등 8개 브랜드와 협업해 11개 품목,3만5000점을 직매입,17억원의 매출과 8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또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쿨캐주얼' 상품군을 새롭게 개발해 서울 소공동 본점,영플라자 등에 매장을 만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상품군에서 지난해 4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성 과장은 "젊은층이 선호하는 패션 트렌드 파악과 충분한 사전 기획을 통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 확보,시의적절한 마케팅 전략 등이 히트 상품을 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렌드 파악을 위해 해외 박람회 견학이나 정기 시장 조사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다닐 때 항상 젊은층의 옷차림을 눈여겨본다"며 "친구들과 약속 장소도 신사동 가로수길,명동,신촌,홍대역 등 젊은층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잡는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23일 성 과장을 비롯 김훈성(37 · 잡화),이상원(37 · 영패션),권영돌(38 · 아동 스포츠),김영화(40 · 리빙패션),최정욱(40 · 여성패션),김동일(39 · 잡화) MD 등 7명을 '1억 CMD'로 선정했다. '1억 CMD'는 동기부여와 경쟁의식 고취를 통해 상품기획자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해 첫 도입한 제도로 우수한 실적을 거둔 CMD를 선정해 연봉을 1억원 수준으로 높여준다. 이들은 지난해 직매입과 단독 상품 기획,편집 매장 구성 등을 통해 탁월한 실적을 거둬 국내 백화점 업계에선 처음으로 연봉 1억원을 받는 CMD가 됐다. 이들은 내달 2일 시상식에서 지난해 이미 받은 연봉과 합쳐 합계가 1억원이 넘도록 1인당 평균 2700만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다.

김훈성 과장은 지난해 양털부츠 1위 브랜드인 'UGG 오스트레일리아' 상품을 22억원어치 직매입해 모두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 과장은 "미국 독일 중국 등 지난해 직매입을 위해 여행한 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여행한 거리보다 더 길 것"이라며 "세계 각지를 숨가쁘게 누비며 발로 뛰는 노력을 기울여 얻은 값진 성과여서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정상 판매율이 50%를 넘어도 '대박'으로 평가받는 여성의류 상품군에서 동종 상품보다 30~40% 저렴한 가격의 리넨 재킷과 무스탕 재킷 등을 직매입해 전량 판매했다. 권 과장은 협력사와 공동으로 '뽀로로와 친구들' 등 특별 기획상품을 개발해 10억원 매출을 올렸고,'미키 컬렉션' 등 차별화된 아동 편집매장을 새로 열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백화점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상품에 달려 있다"며 "CMD들이 우수 상품과 브랜드 발굴에 더욱 힘쓰도록 1억원 연봉 대상자를 늘리고 해외출장 기회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