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흘 연속 하락해 1960선으로 밀려났다. 하루 쉬고 문을 연 뉴욕증시가 22일 급락하는 등 중동발 악재의 여진이 지속되며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코스피지수는 23일 8.29포인트(0.42%) 하락한 1961.63으로 또 한 차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밤 사이 국제 유가가 급등한 데다 리비아 정정 불안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커졌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정규장 기준)은 5조6800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적었다.

외국인은 전날(3183억원)에 이어 이날도 1586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개인도 사흘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 1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냈다. 기관이 44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대부분이 프로그램 매수였다. 프로그램으로는 2962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매수 주체가 없는 시장에서 그나마 프로그램으로 '사자'가 들어와 낙폭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1951.75까지 밀렸던 지수는 우정사업본부를 중심으로 1500억원가량의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며 낙폭을 10포인트 가까이 줄였다.

심 연구원은 "매수차익 거래 잔량이 대부분 청산(현물 매도 · 선물 매수)되고,신규 매도차익 거래가 나올 여력이 많지 않아 지난달부터 지속된 프로그램 매도는 조금씩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물(주식)시장 거래가 줄면서 프로그램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팔자' 규모가 줄면 지수 반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선물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며 선물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현물 매수세가 더해지지 않으면 지수 방향을 돌려놓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 지금 유입되는 프로그램 매수세는 만기일 전에 청산되면서 매물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요 종목 대부분이 부진했다. 다만 부산은행(6.20%) 기업은행(5.45%) 대구은행 (2.80%) 등이 반등하는 등 은행주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저축은행 부실 정리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은행권의 충격이 최소화될 것이란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 대우건설이 1만1200원으로 1.82% 오르는 등 일부 건설주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