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유권자가 민주당 호주머니 속 동전이냐."(호남 의원)

민주당 지도부가 4월 재 · 보선 지역 가운데 전남 순천을 다른 야당에 양보키로 입장을 정리한 데 대한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호남 의원들은 물론 박준영 전남지사도 성명을 내고 "선거에서 정당이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인 만큼 민주당은 순천에서 반드시 공천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벌인 뒤 큰 원칙 아래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지 '떼어주기식'으로 양보하는 것은 현지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호남의원들은 민주당이 무공천으로 양보하더라도 현지 정서상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지도부가 알면서도 양보하는 것은 자칫 내년 총선에서 호남 내 '민주당 안티'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유권자들 사이에 "우리가 봉이냐"는 정서가 조성되면 무소속 돌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떼어주기식'양보를 시작하면 '다음 번에는 호남 내 어느지역이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야권통합을 주장해 온 호남지역의 한 재선의원은 "이렇게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내 지역구도 내놓으라고 할지 모르겠다"며 지도부의 무공천 방침에 불만을 표출했다. 현재 순천을 민주당 예비후보자는 7명에 달하며 다른 정당들은 예비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다. .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순천 무공천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 측은 "반발도 있고 무소속이 당선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민주당이 야권에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진정성을 보여 줘야 더 큰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도 "야권연대의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박지원 원내대표는 "감동적으로 양보하는 수순만 남겨뒀다"고 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