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이익 중 일정 비율을 협력업체에 지원하도록 하는 '협력사 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 도입을 추진, 대기업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23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3차 위원회에서"대기업이 거둔 이익의 공유대상을 주주와 임직원뿐만 아니라 이익발생에 기여한 협력기업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위원회 내에 실무위원회를 설치해 협력사 이익 공유제를 심도있게 연구 · 검토하고 이를 동반성장지수 평가에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반성장위와 대기업들은 그동안 협력업체 지원 및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를 점수화한 동반성장지수의 평가 기준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에서도 우수한 협력업체들은 기술 및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동반성장지수의 자금 지원 항목에서 A를 받으려면 법인세의 60%에 이르는 수준까지 협력업체를 지원해야 하는데,여기에 이익 공유제까지 더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위는 이날 동반성장지수 프로그램에 참여할 대기업 명단을 확정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56개 대기업은 앞으로 매년 한 차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별 동반성장 이행실적 평가를 받게 된다. 동반성장위가 주도하는 1,2차 협력 중소업체의 대기업 체감도 평가도 매년 두 차례 받아야 한다.

동반성장위는 이 프로그램의 세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동반성장위의 의견 차이가 커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동반성장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계의 의견이 묵살되고 있다"며 "정부가 실현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함께 후퇴하는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초청 강연에서 유통업계를 예로 들며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 납품단가 인하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는 과정에서 납품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서기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