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입 원유가격 기준인 중동 두바이유는 지난 22일 현물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배럴당 103.72달러로 올라 이틀 연속 100달러를 넘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보다 높아 106.31달러나 된다. 산유국이 밀집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원유 공급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 이어 또 다시 오일 쇼크가 밀어닥치는 상황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휘발유 가격은 20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어제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58원으로 지난주보다 8원 가까이 올랐다. 사상 최고치였던 2008년 7월의 1922원과 64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난다. 특히 서울은 1918원으로 거의 근접했다.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선까지 급등했던 2008년 수준에는 못미친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격 부담은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지금은 농 · 수 · 축산물, 전셋값,대학 등록금 등 생활물가가 무차별적으로 급등하는 상황이어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파장이 더 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물가상황이 상당히 안좋다"며 강한 우려감을 표명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제 유류세 인하를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급등이 우리 경제 전반에 지대한 파급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0.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4.1% 올랐지만 앞으로 상승세가 계속되고 상승폭도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유류세가 휘발유 가격에서 49%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세수도 예상치를 웃돌고 있어 어느 정도는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본다.

물론 유류세 인하 다음의 정책적 대응이 마땅치 않은 만큼 정부는 이에 앞서 다각적인 대응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아파트 조명,길거리 네온사인 소등 등의 에너지 절감대책뿐만 아니라 원유 및 석유제품 관세인하 등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