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실태를 뻔히 알고 있던 금융당국이 2009년 후순위채 발행을 묵인했던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합니다. "(독자의 이메일) "은행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해도 내 돈 1억원을 찾을 수 없나요. 요즘 잠을 못 자고 있습니다. "(1억5000만원을 부산저축은행에 예치했다는 독자)

지난 17일 부산 · 대전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로 시작된 저축은행 예금인출 사태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강원도 춘천의 도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것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특히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아픔이 크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5000만원 초과 예금자만 4740명이었고,후순위채 보유자는 1710명에 달했다. 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보해,도민 등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한 후순위채 투자자는 "국민들은 정부가 감사한 결과를 믿고 후순위 채권에 투자했다"며 "금융당국이 솔직하게 결과를 고시했다면 재산을 잃을 투자를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올해 초 취임한 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발빠르게 진행한 것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발행을 사전에 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은 2009년,대전저축은행은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대출의 부실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이뤄진 후순위채 발행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대전저축은행은 거액대출한도 위반으로 당국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받던 중이었다.

지난해 말에도 금융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6%에 머물고 있는 일부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을 허용했다. 이들 저축은행에서는 후순위채를 다 팔지 못하자 임직원과 지인 등을 통해 후순위채를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후순위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의 책임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대규 경제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