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공부 잘하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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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 시험 성적 올리는 법 좀 알려 주세요. 토익 900점 이상 맞으신 분,비결이 있으면 가르쳐 주세요. 제발!' 포털 사이트엔 이런 주문이 수두룩하다. 나이에 상관 없이 공부 잘하는 법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의 심정은 실로 간절해 보인다.
당사자만 그러하랴.어떻게든 자식의 성적을 올려 주고 싶은 부모 마음 또한 그에 못지 않다. 이런 이들에게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집중력이다. 우등생의 비법은 집중력과 끈기다. ◆◆◆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기억력을 증강시킨다'는 얘기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모든 약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고,더욱이 특정 질환 치료제일 경우 함부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건 상식인데도 '공부 잘하는 약'이란 소문만 나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ADHD는 대뇌 전전두엽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생겨나는 질환으로 염산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치료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2007년 11월 미국 버팔로대학 연구팀은 이 치료제를 3년 이상 복용하면 효과가 없는 건 물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보고를 내놨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 또한 2008년 3월 남용하면 약물 의존성,심혈관계 부작용,행동장애 및 사고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학원가와 고시촌을 중심으로'집중력을 높여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이란 말이 돌면서 판매가 급증,2005년 18억3000만원이던 국내 제조량은 2008년 173억200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뛰고,수입량 역시 2005년 46억원에서 2008년 147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급기야 2009년 초 사용을 규제했음에도 불구,식약청에서 실시한'2009년 국내 마약류 및 남용 약물에 관한 사용 경험'조사 결과 공부 잘하는 약(19.8%)은 성기능 개선제(30.2%)에 이어 오 · 남용 우려가 높은 품목 2위로 꼽혔다.
ADHD 치료제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기면증치료 및 각성 · 흥분제로 허가 받았는데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모다피닐' 또한 불안과 자살충동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발표다. 공부를 잘하자면 기초부터 익히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 외엔 길이 없다. '이 약 아니면 저 약을'이란 식의 유혹에 빠지지 말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당사자만 그러하랴.어떻게든 자식의 성적을 올려 주고 싶은 부모 마음 또한 그에 못지 않다. 이런 이들에게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집중력이다. 우등생의 비법은 집중력과 끈기다. ◆◆◆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기억력을 증강시킨다'는 얘기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모든 약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고,더욱이 특정 질환 치료제일 경우 함부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건 상식인데도 '공부 잘하는 약'이란 소문만 나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ADHD는 대뇌 전전두엽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생겨나는 질환으로 염산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치료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2007년 11월 미국 버팔로대학 연구팀은 이 치료제를 3년 이상 복용하면 효과가 없는 건 물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보고를 내놨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 또한 2008년 3월 남용하면 약물 의존성,심혈관계 부작용,행동장애 및 사고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학원가와 고시촌을 중심으로'집중력을 높여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이란 말이 돌면서 판매가 급증,2005년 18억3000만원이던 국내 제조량은 2008년 173억200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뛰고,수입량 역시 2005년 46억원에서 2008년 147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급기야 2009년 초 사용을 규제했음에도 불구,식약청에서 실시한'2009년 국내 마약류 및 남용 약물에 관한 사용 경험'조사 결과 공부 잘하는 약(19.8%)은 성기능 개선제(30.2%)에 이어 오 · 남용 우려가 높은 품목 2위로 꼽혔다.
ADHD 치료제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기면증치료 및 각성 · 흥분제로 허가 받았는데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모다피닐' 또한 불안과 자살충동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발표다. 공부를 잘하자면 기초부터 익히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 외엔 길이 없다. '이 약 아니면 저 약을'이란 식의 유혹에 빠지지 말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