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록 "뮤지컬과 농구는 닮은꼴…지독한 연습만이 성공 보장"
"뮤지컬을 처음 할 땐 뮤지컬 배우가 왜 노래를 못하냐고 하시더니 드라마를 하니까 탤런트가 왜 이렇게 노래를 잘하냐고 하세요. "

배우 신성록(30 · 사진)은 뮤지컬 배우로는 이미 스타덤에 올랐지만 TV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SBS 주말극'이웃집 웬수'에서 까칠한 연하남 건희 역을 맡은 후 반대의 질문을 받고 있다.

내달 1일 개막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연습에 한창인 그를 남산예술센터에서 만났다. "그동안 20~30대 여성 관객이 많았는데 이제 그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거나 어머니들끼리 오시는 경우도 많아요. 길에서도 거의 다 알아보셔서 기분 좋죠."

신성록은 2003년 데뷔 이래 뮤지컬과 드라마,영화 출연을 병행해왔다. 지난해 '몬테크리스토''스토리 오브 라이프''틱틱붐''영웅' 등 뮤지컬에 이어 드라마 '이웃집웬수' 영화 '살인의 강'까지 쉴새없이 달려왔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해본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배우'라고 입을 모은다. 성실함도 적응력도 뛰어나다.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연하남을 연기했던 그의 얼굴이 채 잊혀지기 전,신성록은 복수를 염원하며 차갑게 닫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왔다. 이 배역으로 딱 1년 만이다. "영화도 드라마도 다 매력있어요. 재밌고요. 우선 젊을 때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었죠.그래도 무대가 제일 익숙하면서도 짜릿한 것 같아요.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누명을 쓴 채 14년간이나 감옥에 갇혀 있던 에드몬드 단테스가 탈옥 후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가명으로 돌아와 그의 인생을 망친 이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만큼 어두운 분위기에 빠져 있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내내 그는 뮤지컬 노래를 흥얼 거렸고,얼굴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그가 인터뷰 중 연습실에 놓인 키보드 건반에 손을 올리자 유난히 큰 손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농구선수로 활약했던 그다. 실제로 그의 친동생은 KT&G에서 뛰고 있는 신제록 선수다.

"허리 부상이 심해 한참 쉬었는데,그 후로 잘 안되더라고요. 무식하게 뛰어야 하는데 몸도 사리게 되고요. " 이후 동생은 프로 농구선수가 되고 형은 연기자의 길을 택했다. 지금은 서로의 영역에서 조언을 마다않는 정신적 멘토다. 그는 지금도 뮤지컬과 농구가 닮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타고난 목소리는 있겠지만 나머지는 매일같이 연습하는 성실함이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농구선수의 꿈을 접은 신성록은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지만 도전이 즐거웠다. 연기 잘하는 영화배우들이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대학로에서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2004년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모스키토'에 발탁됐고,이후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오만석,엄기준 등 대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할 기회를 얻었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연을 맡은 이후 선 굵은 작품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국내 최장신 뮤지컬 배우라 굵직한 역할만 따라다닌 걸까. "신인일 땐 키가 커서 배역을 못 얻기도 했어요. 주인공보다 더 튀니까 감독님이 꺼렸나봐요. "

그는 올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아쉽지만 요즘은 차라리 빨리 가고 싶어요. 대신 몬테크리스토에 아쉬움 없이 다 바치고 가려고요. "

시간이 나면 뭘 하고 싶냐니까 망설임 없이 '낚시'란다. "명상을 하거나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잡는 맛,그것 때문이에요. (웃음)"

한참 기다렸다 걸려드는 손맛이 다른 무엇과도 비교가 안된다는 그에게서 승부사의 눈빛이 엿보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