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플레이션은 증시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며, 이머징 시장 대비 선진 시장의 강세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맨인베스트먼트 대안투자전문 운용사 계열사인 GLG파트너스의 벤 퍼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물가 상승 상황을 보면 향후 3~6개월 동안 이머징 시장 대비 선진 시장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은 이머징보다 선진 시장에 유리

퍼넬 매니저는 "운용중인 펀드에서 이미 작년 11월부터 이머징 시장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며 "이머징 마켓이 작년 말부터 약세를 기록하며 이미 충분히 인플레이션 이슈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머징 시장의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기순환적인 요소 때문인데, 이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이머징 시장은 4%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상황에 돌입했으며, 선진시장은 2%대로 리플레이션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플레이션이란 디플레이션에서는 벗어났지만,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과거 물가 상승률과 주식·채권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는 과정 동안 선진 시장은 채권보다 주식의 상승률이 높았고, 이머징 시장은 채권과 주식 수익률이 함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퍼넬 매니저는 "물가 상승 이슈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의 자산 배분 비중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채권 비중이 매우 높지만, 앞으로 채권 비중은 줄고 주식에 대한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사업운영·금융에서 레버리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이 인플레이션 상태에서 가장 수혜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키아 등의 기술주와 피아트·푸조 등의 자동차주, DSM 등의 석유화학주, BHP 등 광업주 등 변동성이 큰 종목을 대거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스페인 등 유럽 국가의 재정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들고, 이번 주말로 예정된 아일랜드 선거, 3월25일 ESM(유럽안정화기금) 구성 포괄척 대책 합의 등의 결과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선진국 중에서는 유럽보다 미국의 매력이 높다고 봤다. 유럽 증시에 대해서는 재정위기가 해결된 이후에는 유럽 금융주의 가격적 매력이 매우 높아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 시장, 투자 매력 있어

그는 현재 사이클을 볼 때 인플레이션 상황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상황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양적완화 정책을 거두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급진적인 정책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인플레이션 상황이 최고점을 찍는 순간이 이머징 시장 증시에 대한 비중 확대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퍼넬 매니저는 "이머징 시장의 주가가 장기적으로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는 버블과 거리가 먼 상황이며 결국에는 장기적으로 선진 시장보다는 이머징 시장이 20~50%까지 프리미엄을 받는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이머징보다는 선진 시장에 가깝다며 투자매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 주식에 상당한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18개월 동안 증권업종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대만은 다른 주변 신흥시장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플레이션보다는 리플레이션 상황이라고 본다"며 "이 때문에 한국 증시가 최근까지 글로벌 시장을 웃돈 것으로 판단하며 앞으로도 이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맨인베스트먼트 대안투자전문 운용사는 225년 역사를 가진 영국의 대안투자 중심 운용사로 68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중이다. 유럽에서 싱글매니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GLG파트너스를 작년 인수했다.

벤 퍼넬 GLG파트너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롱온리펀드·글로벌주식형펀드·복합자산펀드의 운용을 담당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에서 11년간 근무하며 코펜하겐공항 등의 기업공개(IPO)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