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카다피가 짐바브웨로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리비아 정치학자인 구마 엘 가마티는 24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개인 비행기로 짐바브웨로 몰래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마티는 매우 신뢰할 만한 현지 소식통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가마티는 "카다피가 개인 비행기에 다량의 금과 달러를 실은 채 공항에 대기 중"이라며 "카다피와 절친한 친구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에게 의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카다피는 지난 22일 "나는 이 땅에서 시위대와 싸우다 순교할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부 지역을 이미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트리폴리 인근까지 포위망을 좁혀오면서 만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유엔,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리비아 대응책에는 카다피의 자산동결 등 각종 제재,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지정,리비아와 무기거래 중단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가는 리비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리비아 폭력사태를 종식시키고 리비아 국민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단에는 양자적이든 다자적이든 제재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분명히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유럽의 동맹국,유엔 같은 국제기구와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유혈사태는 종식돼야 한다"며 "리비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부활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다피 정권에 대해 초강경 입장을 발표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오는 28일 제네바 인권회의에 파견해 국제적인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대응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조지 W 부시 정부 당시 핵프로그램 포기를 조건으로 해제했던 리비아 제재 조치를 복원하라고 행정부에 촉구했다. 미 정부는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지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리비아는 이집트 바레인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가와 달리 미국의 군사 · 경제원조나 교류가 별로 없어 제재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U는 리비아와 해 왔던 모든 무기거래를 중단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 · 안보 고위정책대표 대변인은 이날 "EU 관련국들에서 리비아와의 모든 무기 거래와 라이선스(면허)가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장성호/강경민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