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항공 전세기편이 마련됨에 따라 트리폴리 등 리비아 서부지역에 있던 한국인 근로자들의 탈출이 24일 본격 시작됐다. 건설사들은 근로자 가족,임시 출장자,공사 완료 공사장 인력 등을 우선 철수시키고 있다.

◆단계별 철수 시작

트리폴리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리비아 서부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비핵심 인력 위주로 대피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트리폴리지사 직원가족 3명,트리폴리 웨스트발전소 현장 직원 7명,알칼리지발전소 현장 직원 5명 등 20명을 전세기에 탑승시켰다. 이들은 이집트 카이로를 거쳐 귀국하게 된다.

벵가지 송전선로 현장에서 일하던 현대건설 직원 일부는 벵가지항에서 출항하는 터키 선박을 이용해 출국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리비아 4개 현장에 170명이 근무 중"이라며 "현장을 지키기 위해 1차 이후 철수 규모는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트리폴리 쿰스 자위야 등지에서 주택을 짓고 있는 ㈜신한은 희망 직원 중심으로 1단계 귀국조를 짰다. 회사 관계자는 "트리폴리 외곽은 아직 위험해 이동하기 어렵다"며 "나머지 인력 철수는 시위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북부선 목숨 건 탈출

트리폴리에서 멀리 떨어진 동북부나 서남부에 현장을 둔 업체들은 비행기 이용이 어려워 육로로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최대 위험 지역인 동북부 데르나에 있던 원건설 근로자 39명과 외국인 근로자 1000여명이 24일 트럭 8대,미니버스 1대 등으로 350㎞를 달려 이집트 국경에 도착했다. 남은 직원 500여명(한국인 근로자 14명 포함)도 육로로 탈출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국토해양부는 설명했다.

리비아 남부 나루트 인근에서 대학건물 신축공사를 하는 코스모D&I는 남쪽 튀니지 국경 육로 통과를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까지 약탈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식량이 20일치밖에 남지 않아 국경 탈출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탈출이 여의치 않다 보니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터키 필리핀 등도 벵가지에서 선박편으로 자국민을 철수시키는데 한국 정부는 동북부 지역 근로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현지에서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현장의 제3국 인력만 남겨둘 수 없는 데다 카다피 정부의 트리폴리 장악으로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전면 철수를 유보한 기업도 생겼다. 한일건설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2000명이나 돼 한국 인력만 나가면 문제가 된다"며 "출장자나 아픈 사람 3~4명만 출국하고 나머지 직원은 일단 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규호/김재후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