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와 얼마나 잘 상생하는지를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를 만들어 공개키로 하면서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중소업체와 나누는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23일 "지역 기업 개인의 양극화 근원은 기업간 양극화"라고 전제,"대기업 이익의 공유대상을 주주,임직원뿐 아니라 협력기업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그 결과를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해 세제혜택을 주겠다"면서 사실상 강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이 같은 방침이 시장경제의 근간인 기업의 이윤동기마저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사회주의적 발상이며 반(反)시장적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위원장은 양극화의 근원으로 대기업을 지목했지만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 대기업이 경제활성화의 모든 성과를 독식하고 있다는 인식인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이윤은 중소기업을 부당하게 착취해서 거두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합리적 경영활동의 성과다. 반 대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중소기업과의 대립구도를 조장하는 마녀사냥식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익공유가 그럴 듯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대기업이 이익을 내는데는 협력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제품을 사주는 소비자를 포함, 다양한 경제 주체가 직 · 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정 위원장 주장대로라면 대기업은 협력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들을 비롯해 기타 주체들과도 이익을 나눠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기업 이익을 주변에 나눠줘야 한다면 도대체 누가 기업을 하겠는가. 결국 대기업들은 해외 부품구매를 늘리거나 아예 부품업체의 수직 계열화를 모색하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오히려 중소기업은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재계가 이익공유제를 '탁상공론'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익 공유를 통해 대기업의 투자여력이 줄어들면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중소기업들도 설땅을 잃게 된다. 한마디로 동반성장이 아닌 '동반공멸'을 가져 올 수 있는 졸속 정책인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전략 차원에서 공동체 의식의 함양을 통해 자율적으로 추진돼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정부가 상생 성적을 매겨 줄세우기 시키는 식으로 족쇄를 채우거나 이익을 강제로 나눈다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장경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내걸었던 이 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까지 갖게 하는 이익공유제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