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하는 각오로 정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소감은 평범했다. 김 회장은 24일 3연임이 확정된 직후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외환은행 인수작업 등 현안을 차질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할 일을 분명히 정의했다. '원활한 외환은행 인수 및 통합작업,덩치에 걸맞은 지배구조 확립,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경영' 등 세 가지였다.

김 회장은 차기 외환은행장의 조건도 제시했다. "금융산업에 식견을 갖고 있으며 가급적 60세 미만이고,글로벌 감각을 갖춘 사람"이 그것이다. 김 회장은 "다음 주 열리는 경영보상발전위원회(경발위)에서 외환은행장과 하나금융 사장,하나은행장 등 계열사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수보다 통합 작업이 더 중요"

김 회장은 "회추위가 1년 더 회장을 하라고 한 것은 외환은행 인수라는 현안을 잘 마무리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가 중점을 두는 것은 통합 작업이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도 중요하지만 인수 후 통합 작업을 정말 잘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이미 발표한 대로 외환은행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독자 경영해 외환은행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후선 업무는 가능한 한 빨리 통합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비쳤다. 하나금융의 인수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직원들에 대해서는 "3월 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경영 방침을 알리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환은행장 인선 작업도 구체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이나 하나금융 출신은 물론 외부 등 출신을 따지지 않고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것.외환은행장의 조건에 대해서는 "금융산업에 식견을 갖고 있으며 나이는 가급적 60세 미만이면 좋겠고,통역없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글로벌 감각을 갖고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다음 주 경발위에서 외환은행장을 확정한다. 감독당국의 인수승인을 받으면 다음 달 8일 열리는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론스타의 주주권한을 위임받아 행장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금융계에서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59)이나 김정태 하나은행장(59)이 외환은행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원만한 통합 작업을 위해 외환은행 출신을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외이사제 강화해 후계자 양성"

김 회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꼽았다. "외환은행 인수로 덩치가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 10일 기업지배구조 규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규준에 따라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1년으로 제한됐다. 김 사장과 김 행장이 연임할 경우 임기도 1년으로 제한된다. 추가로 더 할지는 내년에 결정된다.

김 회장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 나이를 70세로 제한하고 경발위로 하여금 매년 회장이 제안한 예비 최고경영자 후보풀에 대한 평가 및 승계 계획을 검토하도록 한 것도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당장 올해부터 최고경영자 후보를 선정해 이들에 대한 평가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외이사의 권한과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친분 관계에 의해 사외이사를 선임해 왔다면 앞으로는 조직을 위해 바른 소리를 하는 분을 사외외사로 위촉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외이사 임기를 2년으로 하되 연임 때 임기를 1년 단위로 하며 계속해서 5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며 "이에 따라 사외이사 9명중 매년 3명가량이 바뀌는 만큼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영업대전 승리 비결은 사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총자산 311조원(작년 말 기준)으로 KB금융(326조1000억원)과 우리금융(326조원)에 이어 3위에 오른다. 308조원의 총자산을 갖고 있는 신한금융과는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4대 금융지주사 간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경쟁 구도에서 승리할 비결로 김 회장은 '사람'을 꼽았다. "금융산업은 사람산업인 만큼 직원은 물론 고객에게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멀리 보고 호흡을 길게 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해 신뢰받는 회사가 되면 경쟁 구도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 회장은 "새출발하는 각오로 정말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스스로에 대한 각오도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다. 1965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금융계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투자금융으로 옮긴 뒤 전무를 지냈다. 1991년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앞장섰으며 1997년 은행장에 올랐다. 보람은행 충청은행 서울은행 대투증권을 차례로 합병했다. 2005년부터 하나금융 회장을 맡고 있다. 작년 외환은행 인수를 성사시키면서 '과연 김승유'라는 평가를 들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