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자금 첫 감소] 승승장구하던 자문형 랩 '조정場 수렁'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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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넘는 공룡 자문사도 코스피 수익률 못 따라가
자금 이탈…신규 가입도 '뚝'
업종·종목 분산 효과 없어
자금 이탈…신규 가입도 '뚝'
업종·종목 분산 효과 없어
개인투자자 K씨는 최근 계좌를 들여다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지난달 중순 1억원을 맡긴 한 대형 증권사 자문형 랩(랩어카운트)에서 한 달여 만에 8%의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작년 4월 '7공주 종목'이 급등할 때 브레인 랩에 가입해 30% 이상 수익을 낸 경험을 믿고 코스피지수 2100 턱밑에서 무리하게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K씨는 "연초만 해도 시장 전망이 워낙 좋아 망설임 없이 가입했는데 하루이틀 반짝 하고는 계속 수익률이 나빠지고 있다"며 "수익을 낼 때까지 (계약 해지를) 참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승승장구하던 자문형 랩이 위기에 봉착했다. 시중자금을 거침없이 빨아들였던 자문형 랩에서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조정장으로 접어들면서 자문형 랩 수익률도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사들은 투자 종목 수를 늘리거나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발길을 붙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스피 못 따라가는 자문형 랩 속출
자문형 랩의 성장세는 이달 들어 수익률 하락과 함께 멈춰섰다. 지난달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2120선을 넘어서는 등 상승랠리를 펼친 덕분에 자문형 랩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한 달 만에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 자금 이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수가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큰 손실을 내는 자문형 랩이 속출하자 신규 가입도 뚝 끊겼다. 현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수수료를 연 1%대로 낮추면서 '반짝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다수 증권사의 잔액이 줄어들어 전반적인 감소세를 막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A증권사가 판매한 8개 주요 자문형 랩이 모두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코스피지수 하락률(-3.98%)보다 더 큰 손실을 냈다. 레이크는 6.6%의 손실이 났고 웅진루카스(-4.3%)와 레오(-4.0%)도 코스피지수 하락률을 밑돌았다.
B증권사도 성적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운용자산이 1조원이 넘는 공룡 투자자문사인 한국창의(-5.1%)와 브레인(-4.2%)의 자문형 랩도 코스피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보다도 저조한 성과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평균 수익률은 -2.88%로,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 양호한 성과를 냈다. 이 덕분에 국내 주식형펀드로 이달에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C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자문형 랩은 15개 안팎 종목에 투자하다 보니 주도주의 방향 등 시장의 흐름에 따라 출렁대기 쉽다"며 "상승장에서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크게 웃돌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선 낙폭이 커지는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리스크 관리 별 효과 없어
수익률이 미끄러지자 자문사는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압축투자 전략을 수정해 종목 수를 늘리거나,주식 비중을 줄여 수익률 방어에 나섰다. 브레인투자자문은 15개였던 보유 종목을 최근 25개로 늘렸고,레오는 90%였던 주식 투자 비중을 이날 80%로 낮췄다.
박건영 브레인자문 대표는 "아무래도 하락장에서는 업종과 종목을 분산할수록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에 시장 방어 차원에서 종목 수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조치에도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D투자자문 관계자는 "자문사를 설립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자로부터 '왜 그때 미리 안 팔아서 손해를 끼치느냐.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지난달 말부터 종목 수를 늘리고 업종을 갈아타면서 수익률 관리에 나섰지만 하락장에선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K씨는 "연초만 해도 시장 전망이 워낙 좋아 망설임 없이 가입했는데 하루이틀 반짝 하고는 계속 수익률이 나빠지고 있다"며 "수익을 낼 때까지 (계약 해지를) 참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승승장구하던 자문형 랩이 위기에 봉착했다. 시중자금을 거침없이 빨아들였던 자문형 랩에서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조정장으로 접어들면서 자문형 랩 수익률도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사들은 투자 종목 수를 늘리거나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발길을 붙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스피 못 따라가는 자문형 랩 속출
자문형 랩의 성장세는 이달 들어 수익률 하락과 함께 멈춰섰다. 지난달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2120선을 넘어서는 등 상승랠리를 펼친 덕분에 자문형 랩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한 달 만에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 자금 이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수가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큰 손실을 내는 자문형 랩이 속출하자 신규 가입도 뚝 끊겼다. 현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수수료를 연 1%대로 낮추면서 '반짝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다수 증권사의 잔액이 줄어들어 전반적인 감소세를 막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A증권사가 판매한 8개 주요 자문형 랩이 모두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코스피지수 하락률(-3.98%)보다 더 큰 손실을 냈다. 레이크는 6.6%의 손실이 났고 웅진루카스(-4.3%)와 레오(-4.0%)도 코스피지수 하락률을 밑돌았다.
B증권사도 성적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운용자산이 1조원이 넘는 공룡 투자자문사인 한국창의(-5.1%)와 브레인(-4.2%)의 자문형 랩도 코스피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보다도 저조한 성과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평균 수익률은 -2.88%로,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 양호한 성과를 냈다. 이 덕분에 국내 주식형펀드로 이달에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C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자문형 랩은 15개 안팎 종목에 투자하다 보니 주도주의 방향 등 시장의 흐름에 따라 출렁대기 쉽다"며 "상승장에서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크게 웃돌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선 낙폭이 커지는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리스크 관리 별 효과 없어
수익률이 미끄러지자 자문사는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압축투자 전략을 수정해 종목 수를 늘리거나,주식 비중을 줄여 수익률 방어에 나섰다. 브레인투자자문은 15개였던 보유 종목을 최근 25개로 늘렸고,레오는 90%였던 주식 투자 비중을 이날 80%로 낮췄다.
박건영 브레인자문 대표는 "아무래도 하락장에서는 업종과 종목을 분산할수록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에 시장 방어 차원에서 종목 수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조치에도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D투자자문 관계자는 "자문사를 설립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자로부터 '왜 그때 미리 안 팔아서 손해를 끼치느냐.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지난달 말부터 종목 수를 늘리고 업종을 갈아타면서 수익률 관리에 나섰지만 하락장에선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