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리비아에서 친정부와 반정부 세력간 충돌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리비아 현지 일간 쿠리나는 24일 수도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자위야에서 친정부와 반정부 시위대간 교전으로 적어도 23명이 숨지고 4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이 신문은 의료계 소식통을 인용,치열한 교전이 펼쳐지면서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가 내전상황으로 빠져드는 것으로 관측되자 세계 각국은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리비아로 급파하고 있다.리비아를 탈출한 자국민을 태운 캐나다 정부 전용기는 26일 트리폴리 공항을 떠나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내 외국인들의 탈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날 벵가지에서 이집트 젊은이 3명이 유혈사태에 휘말려 피살됐다고 이집트군 당국이 이날 발표했다.리비아에는 이집트인 100만∼150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리비아 사태 이래 2만5000명 이상이 리비아를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사태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달으면서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를 통한 희생자수가 지금까지 최대 2000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온다.프랑수아 지메레 프랑스 인권대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외무부는 유엔 조사팀을 리비아에 파견해 유혈진압에 따른 반인류 범죄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현재 우리가 소식통에 근거해 파악한 수치로는 1000명 이상이고 2000명 정도가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며 “지금 중요한 것은 카다피 실각 여부가 아니라 희생자가 얼마나 생기고 나서야 그것이 가능해지느냐가 더 문제” 라며 “정의는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고 리비아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는 리비아 사태에 적극 개입 의사를 표명했다.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24일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 전개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상황분석을 토대로 어떤 대응에 나설지에 대한 옵션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레인을 방문 중인 멀린 의장은 “우리는 늘 그래왔듯 우리의 능력과 비상사태 발생 가능성을 들여다 보고 있다” 며 “우리는 최대한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옵션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멀린 의장은 리비아 사태에 어떤 군사적 조치를 검토중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일각에서는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지정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스위스 정부도 카다피와 측근들의 자산을 즉각 동결했다.스위스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태의 진전을 감안해 카다피와 그 측근들이 스위스 내에 보유한 가능한 모든 자산을 즉각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무스타파 모하메드 아부드 알 젤레일 전 리비아 법무장관은 이날 “카다피는 항복하거나 도주하기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가 했던 것처럼 자살을 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알 젤레일 전 장관은 이날 발행된 스웨덴 신문 엑스프레센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생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알 젤레일은 이번 주 반정부 시위자들에 대한 리비아 정부의 무력 진압에 항의해 사임했다.알 젤레일은 270명이 사망한 1988년 팬암 항공기 폭파사건의 주동자가 카다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