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급성장하는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에 1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 건설에 나섰다. 2012년 11월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 인도 러시아를 포함해 브릭스(BRICs) 전역에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서 중남미 시장 전용 소형 해치백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전용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2012년 11월 양산을 목표로 공장을 건설하게 되며 전체 투자비는 6억달러다.

회사 측은 공장 건설을 위해 약 2억달러 규모의 관련설비를 한국에서 들여올 계획이며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국내 협력사들은 매년 5억달러 이상의 부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에서 생산할 차종은 사탕수수 등에서 정제하는 바이오 에탄올과 가솔린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혼합연료 (flex-fuel)엔진'을 장착한 엑센트급 해치백 모델이다. 브라질 전체 자동차 수요의 54.4%를 차지하는 B세그먼트(소형차)에 포함되는 모델로 폭스바겐의 골,피아트 팔리오,포드 피에스타 등과 시장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브라질은 세계 4대 자동차 시장의 하나로 중국에 이어 자동차 수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꼽힌다.

신종운 현대차 부회장은 기공식에서 "새로 건설되는 공장에서 최고 품질의 차량을 생산,판매해 브라질 소비자에게 더욱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며 시장확대 의지를 밝혔다. 양승석 사장도 "브라질 공장이 완공되면 혼합연료 차 판매 비중이 90%에 달하는 브라질 자동차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공장 완공을 전후해 판매망을 확충해 현재 브라질 5개주 176개인 딜러를 2013년까지 3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지공장 건설에 맞춰 부품 공급을 위해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8개의 협력사들도 브라질에 동반진출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1900여명의 직접고용과 함께 협력업체의 고용인원 1900여명 등 38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가 상파울루에서 북서쪽으로 160㎞ 떨어진 피라시카바시를 공장 부지로 결정한 것은 인근에 자동차 부품 산업이 잘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혼다 등도 인근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상파울루주정부는 세제 혜택뿐 아니라 무상으로 공장 부지를 제공하고 도로 등 인프라 조성을 도왔다.

브라질 공장이 본격 가동하는 2012년 말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국내 186만대,해외 265만대 등 451만대로 늘어난다. 이 중 브릭스 시장에서만 총 19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전체 생산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아진다. 기아차의 국내외 공장(국내 164만대,해외 103만대)을 합한 현대 · 기아차의 생산능력은 718만대 규모다.

현대차는 중남미 시장 전체에서 현지 인기 차종인 엑센트,i30,투싼ix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모두 23만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7%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신종운 부회장을 비롯해 제라우두 알키민 상파울루 주지사,바르자스 네그리 피라시카바 시장,박상식 주 브라질 총영사 등 한국 및 브라질 정부 인사,중남미 딜러 대표단 등 3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피라시카바(브라질)=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