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까 국가정보원이 흥신소 같다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

국정원이 25일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국정원은 이날 야당 측 의원들의 요청으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국회 정보위 소속위원들과 조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6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에 국정원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에 대한 보고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국정원에서는 김숙 1차장과 민병환 2차장,김남수 3차장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고성 속에 파행으로 45분 만에 끝났다. 김남수 3차장은 5분간 진행된 브리핑에서 NCND(확인도 부인도 않는)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그는 "최근 일련의 사태는 우리 내부문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 이렇다 저렇다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면서 "이 문제는 국익 차원에서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도)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으니 인내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설명이 그것으로 끝나자 여야 의원들은 비공개를 전제로 사건 경위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비밀이 지켜지기 어렵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지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는 간담회를 뭐하러 하겠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그래도 추가 설명이 없자 퇴장해 버렸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원론적인 얘기만 하려면 무엇하러 왔느냐.우리를 모욕하는 것이냐"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의원들도 "기가 막히다" "열 받는다"면서 국정원 측을 몰아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후 그동안 원세훈 원장의 거취문제에 신중했던 민주당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 직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엉터리 국정원이 어디 있느냐"면서 "원 원장과 김남수 3차장의 즉각 해임을 요구하며 내달 4일 예정된 공식 정보위에서 이를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수진/김형호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