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유혈사태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연일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가격의 기준인 두바이유는 현물 거래가격이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다. 원유가격 급등 여파로 국내 휘발유가의 산출 근거가 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보통휘발유 가격도 121달러로 치솟았다. 앞으로 리비아 사태가 어떤 양상으로 진전될지 가늠하기 어렵고,더구나 세계 3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등의 정국도 몹시 불안해지고 있다. 중동발 3차 오일쇼크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당해연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2%포인트 올라가고 총투자는 0.87%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경상수지는 20억달러 가까이 악화되고 국내총생산(GDP)은 0.21%포인트 낮아진다. 고유가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전방위적인 충격을 가져온다는 얘기다. BoA메릴린치가 최근 국제유가가 110~120달러가 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볼 나라로 한국을 인도 및 인도네시아와 함께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형편에 국제유가가 최고 220달러(일본 노무라증권)도 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이지만,상황전개에 따라서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고유가 상황에 맞춰 기존의 경제운용계획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가 당초 올해 5%의 경제성장과 3%대의 물가상승을 목표로 제시한 것은 국제유가 85달러를 기준으로 했던 것이다. 이미 유가는 그 전제조건을 훨씬 벗어나 있고,고유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1월에 4.1%나 된 데 이어 2월엔 5%대로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중동이 지난해 전체 수출의 6%, 건설수주액의 65.9%를 차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과 건설업 목표 달성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당장에는 가장 시급하다. 국민들의 에너지 사용 절감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원유 비축물량 확대와 함께 중동에 81%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원유 조달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그저께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동사태 상황점검 · 대책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기로 했지만,차질없는 원유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름값 폭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민생대책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