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사진)은 부드러운 목소리의 소유자다. 차분한 톤이어서 화를 내도 화내는 것 같지 않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눈가엔 늘 웃음을 머금고 있다. 외견상 깐깐하다거나 무섭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그런 그가 25일 칼을 빼들었다.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인사에서다. 이 장관은 본부인력 649명과 산하기관 66명,국가과학기술위원회 파견 34명 등 749명을 '돌렸다'.2008년 교과부가 출범한 이후 최대 규모다. "무섭게 돌렸다"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이주호발(發) 지진'으로 불리는 이번 인사는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와 과학기술부(과기부)가 합쳐진 지 3년이 지났지만 인력이 제대로 섞이지 않았고 시너지 효과도 미미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과 과학분야를 따지지 않고 막 돌렸다"는 게 이 장관의 표현이다. 오직 조직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사에서 전체 70개 과(課)가운데 41개 과(59%) 과장만 유임됐고 41%(29개)는 자리를 옮겼다. 3개 핵심 부서(대학선진화관 · 산학협력관 · 과학기술인재관)에는 교육과 과기 인력을 골고루 섞었다. 이들 3개 조직 밑에 있는 15개 과 중 8개(53%)는 교육부 출신이,7개(47%)는 과기부 출신이 각각 과장을 맡았다. 대학선진화관은 대학 개혁을,산학협력관은 지방대 · 전문대 육성을,과학기술인재관은 과기 인재 육성을 담당한다. 각종 교육정보 공시를 맡는 인재정책실 내 교육정보통계국에도 양쪽 출신을 절반가량씩 배치했다.

국장급에 대한 교차 인사도 이뤄졌다. 대학지원관 자리에 과기부 출신(송기동 국제협력국장)을,과학기술인재관에는 교육부 출신(이진석 학술정책관)을 임명했다. 이난영 교과부 인사과장은 "교육과 과기 분야의 인력을 융합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양쪽의 강점과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서는 꼭 필요한 실무자만 남기고 직원들을 많이 섞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출범을 앞둔 국과위로는 34명이 발령났다. 과기쪽 인력이 많지만 사교육대책팀을 비롯해 대학장학지원과,이러닝지원과 등 교육 분야에서 일한 직원들도 포함됐다.

국장급(행시 28~35회)과 과장급(행시 34~39회)의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이 과장은 "교과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인사적체가 심했다"며 "이번 인사로 핵심 국장과 과장급이 상당히 젊어졌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직원들은 "생각보다 인사폭이 크고 많이 섞였다"며 술렁였다. 한 직원은 "학교선진화과와 교원정책과,교육통계과 등은 1~2명을 빼고 직원이 모두 바뀌었다"며 "동료의 얼굴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각 국과 과가 합쳐지거나 분리되면서 교과부가 입주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곳곳에서 '이사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직원들은 업무 협조를 위해 방문할 과가 어디로 옮겨갔는지 찾지 못해 복도에서 헤매기도 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