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 한국 교민과 근로자들을 실은 이집트항공 전세기가 25일 오전 11시25분(이하 현지시간) 카이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항공편을 이용한 첫 철수 작업이 성공을 거뒀다.

정부 관계자는 "대한항공 전세기와 육로를 통한 탈출 등을 감안하면 리비아 내 한국인 1412명 중 582명만 남게 된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수송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전세기편 철수 본격화

트리폴리공항에 착륙한 이집트항공 전세기는 교민 · 근로자 198명을 태운 뒤 이륙,카이로공항에 도착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출국 러시로 트리폴리공항이 마비 일보직전인 데다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한 전세기가 20시간 연착돼 근로자들이 불안과 초조로 24일 밤을 공항에서 지새웠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성덕 씨는 "주하라 현장에서 트리폴리까지 9개의 검문소를 통과할때마다 삼엄한 몸수색을 당했다"며 "트리폴리 주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전세기인 대한항공 여객기는 인천공항을 출발,중간 기착지인 로마에 착륙했다. 이곳에서 급유와 간단한 정비를 마친 뒤,트리폴리공항 착륙 허가를 기다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전세기는 트리폴리에 26일 새벽1시께 착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탑승과 이륙허가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7일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집트항공 전세기 한 편을 두산중공업 등 현장이 있는 시르테 지역에추가로 띄워 한국인 근로자 70여명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수송할 계획이다.

외교통상부는 "일부 기업들은 핵심 시설과 고가 장비 등을 지키기 위해 핵심 인력을 남길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의 안전을 위해 청해부대 최영함이 출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일 밤새 46명 탈출

현지 진출 건설사들의 개별적인 '리비아 탈출' 시도도 늘고 있다. 제한적이지만 항공로가 열려 있는 트리폴리를 제외한 다른 곳에선 육로밖에 현실적인 탈출 방법이 없어서다.

국토해양부 중동대책반에 따르면 동북부 데르나의 원건설 직원 14명은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이집트 국경에 도착했다. 전날 39명에 이어 총 53명의 원건설 직원들이 탈출에 성공했다. 트리폴리 남부 젠탄에서 일하던 이수건설 직원 8명은 튀니지로 탈출했다. 나머지 63명도 차량이 확보되는 대로 국경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중동대책반은 설명했다.

벵가지에 고립됐던 한미파슨스 직원 24명은 벵가지항에 입항한 터키여객선을 통해 터키로 떠났다. 24일 하루 동안 46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육로로 사지에서 벗어났다. 25일에도 튀니지 국경 쪽으로만 77명이 육로탈출에 나선다고 정부는 밝혔다.

현지인들로 구성된 자경단이 지켜줘 안전하다고 했던 굽바시 현대엠코 직원들도 철수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직원 89명 중 40여명과 외국인 근로자 900명 전원은 25일 중 버스와 트럭으로 국경을 넘을 계획이다.

◆핵심 근로자 582명 잔류

외교부는 "이집트항공 · 대한항공 전세기와 육로를 통한 철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트리폴리 및 중서부지역 1069명의 한국인 중 347명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전 지역에선 582명의 한국인이 남을 전망이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현재 체류 중인 대형발전소 공사 현장의 경비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철수 계획만 세워놓고 대기 중이다.

이집트와 튀니지 국경에선 한국 공관과 신속대응팀이 탈출한 한국인 근로자들의 숙소 및 이동편 마련,여권 분실에 따른 여행증명서 발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장규호/장진모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