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함께하는 1기업 1나눔] (59) 대우증권, "태국어 한국 요리책 덕에 김치 담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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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경영]
한국에 시집온 이주여성 위해 필리핀·몽골어 등 7개 국어로 요리법 담긴 달력·책자 제작
출입국관리사무소 통해 배포…3만부 순식간에 동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 위해 '엄마 나라말 경영대회'도 추진
한국에 시집온 이주여성 위해 필리핀·몽골어 등 7개 국어로 요리법 담긴 달력·책자 제작
출입국관리사무소 통해 배포…3만부 순식간에 동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 위해 '엄마 나라말 경영대회'도 추진
작년 말 한국의 농촌 가정으로 시집을 온 코이 웨치피롬 씨(24)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제목은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요리'였다. 놀랍게도 코이씨의 모국어인 태국어로 한국의 음식문화에서부터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한국인이 즐겨먹는 음식에 대한 요리법을 설명하는 책이었다.
그는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막연한 불안감이 많았는데,책을 선물 받고 한국이란 나라가 사소한 부분까지 이주여성을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대우증권 사회봉사단이 지난해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이다. 대우증권은 어떤 이유에서 이런 요리책을 만들게 됐을까.
◆한국음식 요리법 담긴 달력 · 책자 발간
대우증권은 2009년 7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사회봉사단을 만들었다. 총무팀에서 맡아 오던 사회봉사 활동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김성철 사회봉사단 사무국장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다 의미가 있지만 가장 시급한 일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그게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그 결과 봉사활동의 초점을 다문화 가정 지원에 맞추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김 국장은 "전국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중 몇 곳을 선정해 재정지원을 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다문화 가정을 도와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국내 최대 이주민 지원 전문기관인 지구촌사랑나눔의 김해성 목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김 목사는 사무실을 찾아온 대우증권 사회봉사단 실무자들에게 "한국에 시집온 여성들이 제일 먼저 부딪치는 벽은 한국음식 요리법"이라며 "심지어 어떤 여성은 한국에 온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시어머니로부터 깍두기도 못 담근다고 구박을 받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가장 기본적인 한국음식 요리법이 소개된 달력을 다양한 언어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김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우증권은 2009년 말 한국음식 요리법이 담긴 2010년도 달력을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제작해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지구촌사랑나눔을 통해 배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만5000부가 사흘 만에 동났다.
◆'엄마 나라말 경연대회' 예정
달력이 인기를 끌자 대우증권은 내친 김에 한국음식 요리법을 상세히 소개한 책을 발간하기로 했다.
때마침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서 요리법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겠다고 제안했고,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번역을 맡았다. 9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작년 9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된 책자 8000부를 만들어 전국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통해 뿌렸다.
처음 달력을 내놨을 때보다 반응이 더 폭발적이었다. "책을 더 보내줄 수 없냐","왜 태국어로 된 책은 없냐" 등의 문의가 빗발쳤다. 이에 대우증권은 태국어 필리핀어 몽골어 인도네시아어를 추가해 총 7개국어로 3만부를 더 제작했다. 이 역시 금방 소진됐다.
이후 대우증권은 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포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한국에 시집 온 이주 여성들이 3개월 이내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국가브랜드관리위원회에 책을 기증했고,위원회는 다시 이 책을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전달했다.
대우증권은 올해엔 다문화가정 지원 활동을 보다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선 다음 달 오류동에서 문을 여는 국제다문화학교를 후원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엄마 나라말 경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국장은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보면 대부분의 시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엄마 나라말을 배우는 걸 반대한다"며 "대회에서 입상해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이 주변에서 하나둘 생겨나면 엄마 나라말을 배우는 것을 금기시하는 풍토가 조금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대우증권은 서울대 다문화교육연구센터에 의뢰해 베트남어 몽골어 등을 가르칠 수 있는 교재를 만들어 다문화 가정에 배포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들 언어를 가르치는 데 필요한 교재가 없기 때문이다.
◆임직원 85% 정기 기부 동참
다문화가정 지원사업과 함께 대우증권이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저소득층 청소년 교육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학생 교육자원봉사 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서울과학고등학교 출신 대학생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을 저소득층 청소년에 대한 교육 봉사로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2008년에 만들었다.
사회봉사단뿐 아니라 대우증권 임직원들 또한 사회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사회봉사단 출범 전 1200명이던 사내 정기 기부 직원이 현재는 전체 직원의 85%가량인 27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대우증권은 작년 9월 열린 '제11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이웃돕기 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