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초 대전시 중앙로 코레일 본사에선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이하 산천 · 사진)의 성공적인 개통을 기념하는 축하연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산천호의 또 다른 이름은 안정환(안전하고 정확한 환승을 약속하는 열차)"이라며 "해외 고속철도시장 수출이 기대되는 코레일의 '효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가 너무 컸나

그러나 갓 태어난 '신생아'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다음 달 2일 첫돌을 맞는 '산천'은 이후 끊이지 않는 잔고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7일 코레일에 따르면 작년 3월 산천이 운행을 시작한 이후 1년 동안 KTX 사고는 모두 10건.이 가운데 7건이 산천에서 발생했다. 올 들어도 5건의 KTX 사고 가운데 4건이 산천 고장이다.

작년 3월2일 서울 용산역에서 첫 출발한 산천은 경부선과 호남선에 19대가 투입돼 운행하고 있다. 2004년 개통 당시 도입된 일반 KTX열차와 달리 국내 기술진이 제작한 산천은 1급수에 사는 토종물고기인 '산천어'에서 따왔으며 몸체도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으로 제작됐다.

무리없이 순항하던 산천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작년 11월부터다. 11월13일에는 시험운전 도중 국내 최장터널인 금정터널(20.3㎞) 안에서 전기량을 조절해 열차 바퀴를 움직이는 전동장치인 '모터블록' 고장으로 반나절 이상 멈춰섰다. 이후 한 달 간격으로 산천은 고장으로 멈춰섰다. 올 1월 말에는 제동장치 이상을 보였고 지난 26일엔 속도 감속으로 멈춰섰다.

◆국산화 과정에서 나타난 시행착오

잦은 고장 탓에 산천의 해외시장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장원인이 '모터블록'이나 '제동장치''배터리' 등 KTX 열차를 움직이고 멈추는 핵심장치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산천은 국내 유일의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이 세계 네 번째로 개발한 고속열차다. 프랑스 알스톰이 직접 제작했거나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일반 KTX와 달리 산천은 국산화율이 87%에 이른다. 현재 운행 중인 19기는 ㈜현대로템이 제작한 차량이다.

하지만 산천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최근엔 국회 국토해양위 박순자 의원이 산천이 지난 한 해에만 15건의 고장을 일으켰다는 자료를 공개해 심각성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현재 산천은 190억달러에 이르는 브라질 고속철도와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건설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로템 관계자는 "도입된 지 7년 된 일반 KTX도 초창기엔 잔고장이 많았던 걸로 안다"며 "자체 기술로 제작해 생산한 제품이어서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제작과정이나 기술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