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반정부 세력이 수도 트리폴리를 제외한 지방 도시들을 장악해나가는 가운데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는 과도정부가 수립됐다. 또 반군지도자들은 군사력을 트리폴리 외곽에 집결시키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무아마르 카다피는 지지자들에게 무기를 나눠주고 결사항전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어 대규모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카다피가 보유한 군사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들어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카다피 결사항전

27일 외신들에 따르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중무장한 친정부군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일반인들을 통제하는 등 치안을 장악하고 있다. 카다피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트리폴리 시민들에게 총을 나눠주고 반군과 일대 격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카다피는 앞서 TV연설에서 "시민들은 나라를 지킬 준비를 해야 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무기창고를 열어 모든 리비아 사람들과 부족들을 무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반면 벵가지 등 동부지역을 장악한 반군들은 트리폴리로 몰려들고 있다. 아메드 카트라니 벵가지 군사위원회 의장은 "반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트리폴리에 군사파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부 군인들은 이미 트리폴리 외곽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트리폴리의 방어막이 견고해 수도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6일 트리폴리에서 50㎞ 떨어진 알 자위야의 정유시설단지에서양측이치열한교전을벌여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목격자들은카다피 측 용병들이 중화기로 맹공격했으나 결국 시위대가 이날 알 자위야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과도정부 수립

유혈진압에 반대해 사임했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이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벵가지에서 과도정부를 구성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 신문 쿠리나를 인용,보도했다. 알리 아우잘리 주미 리비아 대사와 다바시 주유엔 대사 등은 즉시 과도정부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했다. 과도정부에는 시위대가 장악한 미스라타와 자위야 등 서부 도시의 대표자 및 군 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릴 전 장관은 "리비아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카다피에게 있다"며 "3개월 뒤 선거를 치러 새 정부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다피 재산 빼돌려

리비아 민주화 시위대와 카다피 정권과의 유혈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다피 일가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카다피가 지난주 비밀리에 영국 런던의 개인 자산 운용가에게 30억파운드(5조5000억원)를 입금시켰다는 것.이 거래는 스위스에 사무실을 둔 카다피의 대리인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 대리인은 5주 전 런던 금융계의 유명 주식 중개업체에 거액의 자금을 예치하려 시도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주식 중개업체는 자금의 출처를 수상히 여겨 거래를 거절했다. 이 주식 중개업체 대표는 "손을 피로 물들이는 독재자와 거래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거절했다"며 "카다피가 런던 금융계에 갖고 있는 자금만 100억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 재산 대리인은 이후 다른 회사를 물색,개인 자산 운용가에게 자금을 맡겼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영국 재무부는 카다피의 영국 내 재산을 추적해 동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태완/장성호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