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지켜야 추가수주도 가능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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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 전원철수 딜레마
제3국 인력 안 챙기고 다 탈출하면 신뢰 떨어져
최악 경우 계약 취소 우려
제3국 인력 안 챙기고 다 탈출하면 신뢰 떨어져
최악 경우 계약 취소 우려
"상황이 긴박해 모두 철수시켰지만 공사 현장이 제대로 관리될지,장비는 훼손되지 않을지…." 리비아 건설 현장에 있던 직원을 전원 철수시킨 모 건설사 해외담당 임원은 "걱정이 태산"이라며 "사태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사태가 내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설현장 관리나 장비 유지는 물론 공기를 어떻게 맞출지,향후 수주는 가능할지 등이 불확실한 까닭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아 건설업계의 고민은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플랜트사업장은 아직 건재
28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복합화력발전소 등 플랜트를 짓고 있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등은 현장 피해를 입지 않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모든 한국 직원이 현장에서 철수했지만 주요 장비를 컨테이너에 넣고 용접한 데다 발주처와 현지 경찰이 지키고 있어 자재나 장비를 빼앗길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최소 필수 인력을 남겨 현장을 보존할 계획이다.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4개 발전소 공사현장 중 2개 현장은 완공 단계여서 미수금이 거의 없고,2곳은 착공하지 않아 자재 장비 인력 등을 투입하지 않았다"며 "미착공 현장은 선수금 15%를 미리 받은 상태여서 공사가 취소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쟁 내란 등의 경우 시공자가 현장을 유지 · 보존하면 선수금은 돌려줄 필요가 없고 공기 연장과 보상까지 받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수주 계약 유지될까
기존 계약이 유지될지에 대해서도 건설사들은 낙관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34년간 신뢰를 쌓은 덕에 리비아 정부는 물론 국민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신뢰 관계가 두터운 회사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내전 확산이나 혼란 장기화로 건설 현장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사 책임이 없더라도 보상 범위에 대한 다툼이 벌어질 수 있고,공사 재개를 위해 자재나 인력을 다시 투입할 때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발주처 승인을 얻어 철수하면 피해 보상이 가능토록 계약돼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매출과 신규 수주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주택 부문 상대적으로 손실 클 듯
주택건설업체와 설계 · 감리업체들도 최소 인력을 남겨뒀다. 한미파슨스는 벵가지와 트리폴리에 2명씩을 잔류시켰고,한일건설도 현장 두 곳에 3명씩을 배치했다. 한미파슨스 관계자는 "리비아는 주택 부족이 심각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수주를 위해 직원을 남겨 놓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플랜트 건설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건설업계는 예상했다. 원건설 등은 상당수 사업장에 폭도들이 침입해 차량 컴퓨터 자재 등을 약탈해갔다.
주택건설업체들은 계약서와 국제법을 통해 보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처의 신뢰도가 대형 건설사에 비해 떨어지는 데다 보상에 필요한 조치를 해두지 않고 서둘러 빠져나온 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S건설 관계자는 "철수에 앞서 발주처 승인을 얻고 3국 인력 철수도 챙겨야 한다"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곳은 보상 협상과 공사 재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김재후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