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42년 카다피 정권이 벼랑으로 몰린 가운데 오만에서 대규모 시위로 6명이 숨지는 등 인근 국가로 민주화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예멘과 바레인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역시 시위 유탄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유화책을 내놓고 개혁에 착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왕정 오만에서 첫 유혈충돌

오만에서 첫 유혈충돌이 빚어졌다. 오만 정부 관계자는 북동부 항구도시 소하르에서 경찰이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고무총을 쏴 6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시위는 지난 19일 수도 무스카트에서 800여명의 시위대가 의회에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할 것을 촉구하는 거리 행진을 한 이후 1주일 만이다. 오만은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이 41년째 권좌에 앉아 있다.

예멘에서도 수도 사나를 비롯해 타이즈 아덴 말라에서 대규모 시위가 계속됐다. 말라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18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야권 7개 정파 연합체인 '조인트 게더링(Joint Gathering)'은 시위 참여 계획을 밝히고 3월1일 대규모 시위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예멘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2개 부족의 지도자들이 반정부 시위 동참을 선언했다.

32년째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마지막 피 한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레인에서도 27일 수도 마나마에서 수만명의 시위대가 왕정 교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최대 시아파 정당인 이슬람국가협의회(INAA) 소속 의원 18명은 의원직 사퇴서를 의회에 제출하며 헌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퇴 의원들은 현재 셰이크 하마드 국왕이 임명한 인사들과 왕실 인원으로 구성된 내각을 선출직으로 채울 것을 요구했다.

◆'채찍' 대신 '당근'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이 각종 유화책을 쏟아냈지만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학자,인권운동가,기업인 등 123명은 이날 정부 웹사이트에 탄원서를 올리고 직접선거를 통한 의회 의원 선출,여권 신장,입헌군주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아지즈 국왕은 국가개발기금에 400억리얄(11조원)의 기금을 편성토록 하고 국가 공무원 급료를 현 수준에서 15%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정치 및 사회개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라크는 강도 높은 개혁에 착수했다. 이라크는 전력난 해결 및 상 · 하수도 인프라 구축 사업이 미진한 쿠트,바스라,바빌 등 3개주의 주지사들을 해임했다. 반정부 세력은 오는 4일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끝나지 않은 혁명

튀니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벤 알리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에도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최근 6명이 숨지는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급기야 이날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가 사임하고 베지 카이드 에세브시 전 국방장관이 신임 총리로 임명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간누치 총리의 퇴진을 주장해왔다.

이집트에서는 무바라크 정권에 참여했던 장관으로는 처음 하비브 알 아들리 전 내무장관에 대해 5일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집트 검찰은 28일 무바라크 일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3월 중 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차기 대통령 감으로 꼽혀온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